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돕고 생활비 받았다면...법원 “징역 4개월”

입력 2022-09-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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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내연관계인 도박사이트 운영자 B 씨에게 생활비 총 8686만원 수령
법원 "도박공간개설 방조…돈의 원천은 범죄수익에서 유래"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로 수사기관 추적을 받는 운영자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생활비를 받은 조력자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도박사이트로 발생하는 사회적 폐해가 크다며 죄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23일 도박공간개설방조와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약 1515만 원을 선고했다.

그는 B 씨가 해외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2018년 11월부터 내연 관례를 맺었다. 이후 보증금 5000만 원과 월세 170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2019년 3월께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B 씨는 도박사이트 운영을 위해 중국, 말레이시아, 국내를 오갔다. A 씨는 B 씨가 수사기관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은신처를 제공하고 생활비와 용돈 명목으로 매월 200~400만 원을 받았다.

법원은 A 씨가 도박사이트 운영에 일부 개입했다고도 판단했다. 강 판사는 “B 씨가 국내에서 도박하고 주간에 잠을 자는 동안 B 씨 공범과 소통하며 급한 일을 대신 알려줬다"며 "대포계좌 범죄 수익금을 환전 계좌로 이체하기 위해 공범이 OTP 번호를 요구하면 이를 메신저로 전송하는 등 영리 목적으로 도박 공간을 개설하는 데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이 대가로 B 씨로부터 생활비 명목으로 총 27회에 걸쳐 약 8686만 원을 송금받았다. 이 금액 중 상당 부분은 재차 B 씨에게 대여하거나 공동 생활비로 소진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결국 A 씨 모친의 계좌에 남은 금액 1515만4038만 원만 추징했다.

A 씨는 생활비 등의 출처가 범죄수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B 씨에게 받은 돈은 타인에게 빌렸다가 도박으로 딴 돈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판사는 “B 씨가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얻는 수익 외에 별다른 수익이 없었다”며 “도박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도박자금 원천은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마련한 것이므로 결국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계산”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해외에서 운영되는 도박사이트로 사회적 폐해가 큰 점을 고려할 때 이를 방조하고 범죄수익 등을 수수한 죄책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일부 A 씨가 일부 범행은 인정하고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 나이와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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