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제재’ 이후 대만 약진
반도체 생태계 변화 대응 필요
우리 기업의 대중국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의 현지생산 확대,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 등을 비롯해 대만 기업의 약진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8일 한국무역협회는 ‘한국과 대만의 대중 무역 구조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지난 5월 이후 대중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대만은 반도체 분야의 비교 우위를 바탕으로 대중 무역수지 흑자를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증감률은 5월 11.9%에서 6월 13.2%, 7월 14.8%로 상승하다가 8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 무역수지는 –3.6%였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률이 상승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이 확대되며 반도체와 장비 수출이 감소했다.
8월 누적 대중국 무역수지는 32억 달러 흑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동기(158억 달러)보다 79.8% 감소한 규모다.
이와 달리 대만의 대중 수출은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입어 흑자를 유지했다. 대만의 8월 누적 대중국 무역수지는 우리의 8배 수준인 24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체 무역흑자 가운데 92.7%(223억 달러)는 반도체가 차지했다.
무협은 이에 대해 대만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력과 시스템반도체 중심의 대중 수출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TS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 4곳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64.0%에 달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의 약진 뒤에는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생태계를 비롯해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에 따른 반사이익이 존재한다. 중국의 반도체 수요가 대만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에 진출했다 다시 대만으로 복귀하는 이른바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강화하면서 무역수지 흑자에 힘을 보탰다.
김경훈 무협 연구위원은 "한국은 대만 사례를 거울삼아 기업 환경 개선과 투자 유치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시스템반도체와 후공정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 반도체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