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만 읽어도 한국 대중음악사 '쫙'...임진모 평론가 “의욕 갖고 덤볐다”

입력 2022-09-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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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음악평론가)
“강남 아파트 개발 붐을 탄 슬픈 로큰롤” (윤수일 ‘아파트’)

“립싱크 사건으로 얼룩진 당대 가요의 우울한 초상” (마로니에 ‘칵테일 사랑’)

“대형 스캔들을 딛고선 부활의 노래” (백지영 ‘사랑 안 해’)

그저 그런 유행가 모음집이 아니다. 우리나라 현대 대중음악사에 크고 작은 의미로 남은 365곡을 선별해 곡마다 소제목을 붙이고 그 뜻을 풀었다. 25일 임진모 음악평론가가 출간한 신간 ‘오랜 시간 멋진 유행가 365’다. 지난해 MBC 창사 60주년 특별 기획 라디오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진행을 맡아 194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80여 년 동안 발표된 300여 곡을 소개했는데, 그 내용을 읽기 쉬운 글로 다시 정리했다.

한 곡당 설명을 한 페이지 반 이상을 넘기는 법의 거의 없다. 짧은 문장과 명료한 의미 해석으로 읽는 누구든 손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썼다. 허스키한 음색의 현미가 부른 ‘밤안개’(1962)의 흥행 저간에 “도시화와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새 시대는 다른 소리를 요구했다”는 맥락이 있다고 했고,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J에게’(1984)를 부르던 이선희가 바지 스타일을 고수한 걸 두고 “보이시한 매력으로 걸 크러시 유행을 선도한 셈”이라는 평가를 붙였다.

▲'오랜 시간 멋진 유행가 365' 책표지 (교보문고)

임 음악평론가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곡으로 본 한국 현대 대중음악사를 책으로 내고자 하는 욕심과 목표가 있었기에 의욕을 갖고 덤벼들었다”고 출간 계기를 전했다. “좀 자랑스러운 부분은 곡 하나마다 소제목을 붙인 것”이라면서 “소제목만 봐도 (한국 대중음악사의 맥락을 다룬) 책 한 권을 다 읽은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나의 앨범이 아닌 개별 곡을 단위로 선정한 건 “앨범이 아티스트의 세계와 관련을 맺고 있다면, 유행가는 그 사회를 사는 대중이 곡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와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술적인 곡보다는 그 시대의 사건이나 특별한 흐름을 담고 있는 곡 중에서 현대까지도 많이 기억되는 노래를 중심으로 엮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방송에서는 (사실상 제한된) 룰라, 휘성, 빅뱅의 곡이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책에서는 (그들이 가요계에 미친 영향력을 고려해) 뺄 수 없었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MZ 세대의 눈은 자연스럽게 2010년대 이후 음악을 다룬 가장 마지막에 눈이 갈 테다. 한국 가요계를 주름잡은 아이유의 등장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을 여섯 곡이나 배출하며 세계를 점령한 방탄소년단(BTS)의 이야기가 ‘당연히’ 담긴 와중에, 대망의 마지막 장을 장식한 곡은 다름 아닌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Rollin’)이다. 군부대 장병의 호응을 등에 업고 무려 4년 만에 거친 역주행을 펼친 걸 두고 임 음악평론가는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이라는 진리를 일깨웠다”고 썼다. 다만 이날 통화에서는 “지금 원고를 썼다면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아이브와 뉴진스의 곡을 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웃었다.

원고 집필 과정에서의 아쉬움도 없지는 않았다고 한다. 임 음악평론가는 “‘오랜 시간 멋진 유행가 365’는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으로 단순한 정보를 주면서 조금의 자기 해석을 곁들이는 책"이라면서 "365곡을 다루면서도 두께는 두껍지 않아야 했기에, 내 글쓰기 스타일을 살리지 못해 너무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말 끝에는 “그게 뭐가 중요하겠나"면서 "독자가 노래를 한 번씩 들어보고 (글을 통해) 같이 호흡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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