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 하락세가 가파르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25% 하락했다. 서울 역시 0.19% 떨어져 지난주(-0.17%)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18주 연속 하락으로 9년 9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집값 하락세에 실수요자는 매수를 꺼린다.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는 데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까지 커지자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역대급 거래 절벽이 이를 대변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55건으로 7월(643건)보다 10여 건 증가했지만, 8월 거래량으로는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후 역대 최저치다.
물론 서울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나 여전히 비싸다. 평균 매매가격이 12억 원이 넘고 중위가격도 9억 원대였다. 수요 억제에 올인 했던 문재인 정부서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라 최근 하락세가 체감이 안 되는 게 사실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의 집값은 30~40% 더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적정한 물량의 주택 공급이 필수다. 현실적으로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한 서울에서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재건축을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날 재건축 추진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재건축 부담금을 대폭 낮춰주기로 한 배경이다. 정체 상태인 도심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부담금 면제 대상을 초과이익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고, 부담금을 매기는 초과이익 기준 구간을 2000만 원 단위에서 7000만 원 단위로 넓혀 부담금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부과 시점을 당초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설립인가로 늦추고,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해 준공 시점부터 역산해 6∼10년 이상 보유한 경우 부담금의 10∼50%까지 감면해준다. 지방에 혜택이 큰 반면 부담금 부과액이 큰 강남과 용산 등지는 1주택자가 아닌 이상 감면폭이 제한적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일단 재건축 활성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집값 하향 안정화는 맞는 방향이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 경착륙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최근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집값이 급등했던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는 반 토막이 났다. 수도권 곳곳에서 ‘깡통주택’이 늘어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속출하고 있다. 패닉바잉 했던 영끌족이 집값 하락에 패닉셀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값이 일시에 크게 떨어지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크다.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집값 급락이 당장 2분기 기준 187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폭탄을 터뜨리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자칫 금융권 전반의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