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29일 최전방 판문점 비무장지대(DMZ)를 처음으로 찾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핵심 동맹인 한국의 안보를 수호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
북한이 연거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미 해상 연합훈련이 끝난 날 DMZ를 방문, 북한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DMZ 내 판문점을 찾아 “한국 방위를 위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의 위협이 여전하다"면서 "미국과 한국은 어떠한 만일의 사태에도 준비돼 있다”며 “미국과 세계는 북한이 더는 위협이 되지 않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DMZ가 한국전쟁 이후 남북이 걸어온 다른 길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남한은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된 반면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정권,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 인권 침해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프로그램이 있고 바로 어제를 포함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의 공동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해리스 부통령이 일본을 방문 중이던 전날인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1발을 발사하고, 한미 해상 연합훈련이 진행 중이던 28일에도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을 떠난 직후인 이날 저녁에도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쐈다. 해리스 뒤통수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사일이 날아간 동해는 미국 핵 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CVN-76)호를 비롯한 미 항모강습단과 한국 해군이 연합 해상훈련을 펼쳤다. 미 항모가 한국에 있는 도중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북한이 도발 강도를 높이는 와중에 바이든 행정부 최고위 인사가 최전방 DMZ를 찾아 고강도 대북 메시지를 직접 발신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최고위 인사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DMZ를 방문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판문점에서 “모든 범위의 군사적 능력으로 뒷받침되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북측과의 협상에 활용되는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도 직접 돌아봤다. 그는 북측이 때때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 확성기를 쓸 때가 있다는 설명에 “첨단 기술이다”라는 농담을 던지고 “역사 속에 발을 디뎠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판문점에 도착하자 흰색 방호복을 입은 북한 군인들이 판문각 창문에서 비디오 촬영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DMZ 방문 일정을 끝으로 당일 방한 일정을 포함한 나흘간 아시아 순방을 마무리 짓고 이날 저녁 귀국길에 올랐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 무력 정책 법제화에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