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시 한계 소상공인의 비중 18.2% …5만8919명 추가 도산 위험
“상대적으로 물가보다 금리 충격이 더 위험…면밀한 정책 설계 필요”
한국은행이 이달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실 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달 종료될 예정이었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를 각 최대 3년, 1년 늘려 소상공인들의 대규모 부실을 막았다. 하지만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高) 위기’가 커지면서 소상공인의 정상 회복은 늦어지고 있다. 부실 위험을 계속 미루기보다 이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금융시장 및 소상공인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달과 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속으로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달 빅스텝을 단행한 뒤 11월에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실상 이달 금리 인상에 대해선 기정사실화 하는 셈이다. 2.5%였던 한국의 기준금리는 3.0%로 치솟고, 나아가 11월에는 3.25~3.5%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와 생활비 부족분을 지원금과 대출로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부실 소상공인 비중이 계속해서 증가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가 해제되면서 잠시 회복 국면을 맞았던 소상공인들은 다시 3고 위기를 맞았다. 매출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뚜렷한 부실 해소가 없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소상공인들을 한계 상황에 직면시킬 가능성이 크다. 실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28일 발표한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 소상공인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우려는 시뮬레이션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3.0%가 될 때 개인사업체는 약 4만969개, 소상공인은 약 5만8919명이 추가 도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한계에 처할 소상공인의 비중은 18.2%로 최대 약 124만 명이다.
또 최근 5년 동안 최소 한 분기라도 부실이 발생한 사업자는 24만9342개로 전체의 약 3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에 진입한 뒤 1년 이상 부실 상태로 영업을 지속하는 경우는 약 31%에 달했다. 부실 기간이 길수록 부채 규모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숙박업과 운수·창고업, 제조업의 부실 및 한계 비중이 높았으며, 매출 별로는 연평균 1억 원 미만에 집중됐다.
중기연 관계자는 “부채로 비용을 충당하면서 부실 상태로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며 “소상공인 부실은 금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소상공인의 금리상승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업계 10명 중 8명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소상공인이 경영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규모는 각각 124조7000억 원, 16조7000억 원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약 1000조 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대출 총액에서 15%에 달하는 금액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소상공인들이 ‘충분한 회복기간’을 가지고 ‘온전한 회복’에 다다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며 “정부의 촘촘한 추가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을 돌린 정은애 중기연 연구위원도 금리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실 관리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소상공인은 상대적으로 물가보다 금리 충격이 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정책 설계를 할 때 부채 부분에 대해 면밀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정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정은애 연구위원은 “3년 안에 업종, 매출, 신용도, 추정소득 등에 따른 특화된 부실·한계 소상공인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해야 한다”며 “금리와 이자를 소상공인 저신용자와 고신용자 등 유형별로 나눠 차별화시킬 수 있는 것도 대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