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발자국을 늘려라] 부모ㆍ교사 한목소리 "노르웨이 사는 게 행운"
-존재 가치 교육도 중요 목표
“노르웨이에 살아서 정말 다행이다(We are very lucky to live in Norway).”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기차로 1시간 10분가량 떨어진 프레드릭스타드(Fredrickstad). 기차역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도레미(Do Re Mi)’ 유치원에서 만난 부모와 교사들은 “노르웨이에 사는 게 행운”이라고 말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뭐가 그리 좋을까, 궁금증이 커졌다.
오전 9시, 기자가 유치원에 도착했을 때 3층짜리 건물은 텅 비어 있었다. 오전 7시 넘어 등원한 아이들은 이미 아침식사를 마치고 놀러 나간 상태였다. 부모의 99%가 직장인이라는 이 유치원은 아이들의 아침식사도 해결해줬다. 조리사 브렌다 스코그만은 “아침엔 주로 빵, 치즈, 햄으로 만들어준다”며 “부모가 집에서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일터로 가는 부모들은 그야말로 쿨했다. 캐서린 제이콥슨은 5살 아이를 유치원에 들여보내면서 “잘 놀아, 난 일하러 갈게”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한국의 워킹맘들이 우는 아이를 겨우 달래고 출근하며 느낀다는 죄책감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1~2세, 3~4세, 5세 연령별로 그룹을 지어 하루를 보냈다. 이날 3~4세반은 유치원 마당의 널찍한 놀이터로, 5세는 근처 공원으로 ‘트립 데이(trip day)’를 떠났다. 카타리나 베스트버그 원장은 “배움은 놀이에서 온다”며 흥미를 중시했다. 존재 가치를 알게 하는 것도 중점 목표다. 존중받을 줄 알아야 상대도 존중할 줄 안다는 생각 때문이다. 4살 또래 에이다, 히다, 아이다는 “친구들이랑 가족놀이하고 숨바꼭질하는 게 재미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오전 11시 반, 오늘의 점심 메뉴는 콜리플라워 수프였다. 수프를 먹기 좋게 식히는 동안 교사는 아이들과 노래를 불렀다. 점심을 먹고 식당 정리가 끝날 때쯤, 트립 데이를 떠났던 아이들이 안전 조끼를 입은 채 두 명씩 짝지어 줄줄이 들어왔다. 딱 보기에도 교사가 많았다. 원아 82명에 선생님이 24명이라고 한다. 하루 근무하는 교사는 18명으로, 1명당 4~5명을 돌보는 셈이다. 카타리나 원장은 “숙련된 교사가 양질의 유치원을 만든다”며 “여기서 부모의 신뢰가 나오고 맘 놓고 일하는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오후 4시가 다가오자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 차량들이 유치원으로 하나둘 들어왔다. 마당에 교사, 원아, 학부모가 삼삼오오 모여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에바 리온은 “유치원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소득에 상관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최고로 꼽았다. 노르웨이에서는 6살 이후 모든 학비를 정부가 지원한다. 아이를 데리러 온 의사 아빠 유인 아리안도 “시설 수준이 좋고 직원들을 신뢰해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양질의 보육서비스가 일과 삶의 균형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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