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돈을 받고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홍보해주면서 이를 알리지 않은 유명 모델 겸 사업가가 18억 원 이상 거액의 벌금 철퇴를 맞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뒷광고’ 벌금보다 훨씬 크며, 그동안 비슷한 혐의로 미국 인플루언서들이 낸 벌금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미국의 모델 겸 패션사업가인 킴 카다시안은 소셜미디어에서 특정 가상자산을 뒷광고한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카다시안이 연방 증권법을 위반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카다시안은 126만 달러(약 18억1944만 원)를 벌금으로 내고, 진행 중엔 조사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고 SEC는 전했다.
SEC에 따르면 카다시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상자산 ‘이더리움맥스’(EMAX)를 알리는 홍보성 게시물을 올리면서 EMAX 운영사로부터 그 대가로 26만 달러(약 3억7544만 원)를 받은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유명 인사나 인플루언서들이 홍보하는 가상화폐 등 투자 기회가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례”라며 “투자에 따르는 잠재적 위험과 기회를 개별 투자자들이 고려해야만 한다”고 권고했다.
카다시안의 뒷광고는 4년 전의 사례를 연상시킨다. 2018년 SEC는 프로 복서 메이웨더 주니어와 음악 프로듀서 DJ칼리드에 대해 가상자산공개(ICO)홍보로 받은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을 부과했다. 각각 60만 달러, 15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 메이웨더의 경우 3년 동안, DJ 칼레드의 경우 2년 이상 ‘디지털 혹은 기타 방식으로’ 유가증권을 홍보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SEC에 따르면 메이웨더는 센트라테크사로부터 받은 10만 달러(당시 약 1억 1175만 원) 규모의 홍보대금을 포함해 3개 ICO 발행사로부터 홍보대금을 받았으며, DJ 칼리드는 센트라테크사로부터 5만 달러(약 5595만 원)규모의 홍보대금을 받았다.
메이웨더는 인스타그램에, 칼리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ICO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를 홍보했다. SEC는 이들에 대해 “지급된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으며, ICO 선전 및 홍보 관련 규정을 어긴 행위”라며 현지 법원에 기소했다. 메이웨더와 칼리드는 이에 대해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벌금을 납부하기로 SEC와 합의했다.
인플루언서들이 돈을 받고 홍보해주면서 이를 밝히지 않은 것은 2년 전 국내에서 크게 논란이 되며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당시 유튜버 문복희는 “광고임에도 광고임을 밝히지 않았던 적이 있다”며 사과했고, 유튜버 쯔양은 뒷광고 논란 후 잠시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뒷광고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9월 1일부터 뒷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실시했다.
부당 광고를 한 사업자에는 관련 매출액이나 수입액의 2% 이하 또는 5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검찰 고발 조치까지 이뤄질 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사업자는 통상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를 의미하지만, 공정위는 상당한 수익을 얻은 인플루언서를 사업자로 봤다.
SNS 인플루언서가 경제적 대가를 받고 제품 리뷰 등 콘텐츠를 올릴 때는 ‘협찬을 받았다’, ‘광고 글이다’ 등의 문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개정안에 따라 인플루언서는 콘텐츠를 올릴 때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는 내용은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적절한 글씨 크기와 색상을 사용해 적어야 하며, ‘체험단’, ‘땡스 투(Thanks to)’ 등 애매한 문구는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