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규 발행 2년 금지법 검토…FSOC "가상자산 감독 법 개발"
韓, 민관 합동 디지털자산법 논의…업계, 선제적 자율제 개선 나서
세계 각국에서 ‘테라·루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스테이블 코인 규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진흥, 달러 패권 등 복잡한 셈법 속에 구체적으로 코인 발행사의 자본금 규모, 데이터 공개 여부 등이 쟁점이다.
유럽연합(EU)은 당초 스테이블 코인 사용 금지를 논의했으나, 지난 7월 마련한 MiCA(Markets in Crypto-Assets·가상자산 규제)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뺏다. 대신 담보 자산의 종류 등에 따라 제도를 달리하기로 했다.
MiCA는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 같은 현실 통화를 기반으로 하는 ‘자산준거 토큰’(ART) △코인을 담보로 하는 ‘전자화폐 토큰’으로 나눈다. 자산준거 토큰은 금융당국이 인가 거부 또는 인가 취소 의견을 낼 수 있고, 전자화폐 토큰 같은 경우 인가권을 제시할 수 있다. 안전 자산으로 100% 뒷받침 되지 않는 코인이라면 언제든지 금융당국이 제재를 가하겠다는 셈이다.
특히 안전 자산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알고리즘형 유틸리티 코인은 까다로운 상장 요건으로 사실상 신규 발행을 어렵게 했다. 알고리즘형 유틸리티 코인은 가격의 등락 등에 따라 발행량을 알아서 조절하도록 알고리즘을 심어놓은 코인을 말하는데, 테라·루나가 대표적이다.
미국 하원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의 신규 발행을 향후 2년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현재 논의 중이다. 담보물이 없는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하고, 금융 당국이 관련 제도 개선과 구체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미국 정부는 시장을 키워 디지털 자산 패권을 지키겠다면서도 수차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 방향을 시사했다. 백악관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디지털자산의 책임있는 발전을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 보고서는 “스테이블 코인은 적절한 규제가 동반되지 않으면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일 프랑스 중앙은행이 주최한 디지털 금융 관련 화상토론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달 3일 발표된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의 ‘디지털 자산 금융 안정성 위험 및 규제에 관한 보고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강한 규제를 권고했다.
FSOC는 “규제기관이 가상 자산 기업의 모든 관계 회사와 종속 기업의 활동을 가시화하고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창출할 수 있는 법률을 개발할 것”을 권고하며 “그러한 권한은 암호 자산 업계에서 말하는 ‘탈 중앙화’의 특성 또는 주장과 관계없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가 명시한 구체적인 법률 권한에는 기업 및 계열사 활동에 대한 규제와 자본금 요구 기준은 물론, 보안 관행, 데이터 및 (정보) 공개 등이 담겼다. 자본금 기준 및 데이터 공개는 코인 발행 기업의 존립과 핵심 데이터 자산과 관련된 만큼, 향후 치열한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우리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앞서 EU·미국 등 각국의 제도 마련을 지켜보고 있다. 김용태 금감원 디지털금융혁신국장은 “MiCA가 우리나라 법안을 만들 때 상당히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연말까지 가동되는 디지털자산 민관 합동 TF를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선제적으로 자율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로 이뤄진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지난달 30일 거래지원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상자산 유형별 위험성 지표와 모니터링 방식도 개발 중인데, 테라·루나와 관련된 스테이블코인 등에 대한 부문은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 지표 적용을 위한 개발 일정을 협의 중으로 실제 가이드라인 제정과 모니터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