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두고 만든 국내법, 막기 어려워
IRA, 전적으로 미국 국내 정책 관련 법안
다른 사안서도 경제적 ‘윈윈’ 어려워
IRA로 현대차 등 우리 기업이 받는 타격이 현실화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해당 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기 전, 우리 정부가 IRA로 인한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해 관련 조항을 차단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워싱턴D.C.에서 우리나라 기자들과 만난 미국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제기된 비판들과는 다른 분석을 제기했다. 해당 법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노동자 표심을 의식해 만들어진 국내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는 “윤 정부가 사전에 노력했더라도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입법 성과가 많지 않았는데, 중간선거가 9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국내용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즉 중간선거를 앞두고 동맹국보다는 국내 표심에 초점을 맞춰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켰다는 이야기다. 앤드류 여 석좌는 “미국이 동맹국과의 공급망 협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다가 갑자기 IRA 같은 이슈를 터뜨리면 동맹국 입장에서는 일관성이 없게 비칠 수밖에 없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바이든 정부 내에서는 외교 쪽만 볼 수 없고 국내 전략도 중요하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미국) 정부에서 일한 적이 있지만, IRA를 준비할 때 동맹이 고려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IRA는 전적으로 미국 국내 (산업) 정책과 관련한 법안이다. 국내 정책 관련 공무원들이 의회와 논의를 거쳐 나온 법안이어서 보조금 이슈 등에서 한국이 직면할 문제를 간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측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법률 집행 과정에서 한국 측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마련되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중간선거라는 정치 이벤트가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개정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앤드류 여는 “중간선거 국면에서 동맹국을 도와준다고 하는 것보다는 중산층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표를 더 얻기 쉬워서 선거 때까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IRA 논란 이외에도 앞으로 경제 측면에서 미국과 한국의 ‘윈윈’이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이 국제 무역협상을 할 때 동맹국에 요구만 하고 이익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에 와버렸다”면서 “미국이 4개국 안보회의체(쿼드·Quad)등을 통해 군사적, 정치적인 협력을 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탈퇴해버리면서 경제적 협력 부문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게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