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중개 플랫폼 도입 계획이 나온 뒤 보험업권과 빅테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보험설계사와 보험대리점은 온라인 플랫폼 진입 자체를 반대하고, 빅테크는 보험사와 수수료 산정 방식을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가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5일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업계 진출을 막기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 5000여 명이 모였다.
금융당국은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으로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과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자, 전자금융업자가 여러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허용키로 하고 시범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대면, 텔레마케팅(TM), 사이버마케팅(CM)용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어 대면 영업에 치중하는 설계사보다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 빅테크업계와 구체적 보험상품, 수수료, 알고리즘 등을 세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보험대리점주와 보험설계사는 금융당국에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허용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리점협회 등은 온라인 플랫폼이 보험 서비스에 나서면 수수료나 광고비가 보험료에 더해져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이 가중되고 보장내용이 복잡한 보험상품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비교·추천한 뒤 자회사 대리점에서 가입 등 후속 절차를 실시하면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판매를 허용한 것과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빅테크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보험상품 비교는 이미 핀테크사가 제공하고 있는 데다 대출, 예·적금 등 다른 상품처럼 불완전판매 요소를 최소화해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한 플랫폼에서 선택할 수 있으면 소비자 편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업계는 보험대리점 업계의 반발을 금융당국이 받아들일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이미 발표한 정책을 철회하는 건 당국도 쉽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도 규제 혁신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 속에서 정책을 철회하긴 쉽지 않을 것이고, 대리점업계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며 "대면과 TM상품을 비교 판매할 때 보험사와 같이 대리점도 같은 비교 선상에 올려달라는 숨은 요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생ㆍ손보 보험사는 40개가 넘고 모든 보험상품은 보험사 책임으로 만들어서 판매 중이라, 플랫폼에 대리점 상품도 함께 올릴 경우 동일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상품이 수천 개 올라와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대 주장이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GA-플랫폼으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다단계 유통구조가 발생해 소비자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험사 비교 추천 수수료와 보험대리점 모집수수료 부담까지 발생해 이중 수수료로 보험료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