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발자국을 늘려라]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직쟁의국장 인터뷰
“예전에 안전띠 착용 공익광고를 한참했죠.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 안전띠를 당연히 매야 한다고 생각하죠. 저출산 문제도 정부가 나서 기업과 함께 답을 찾아야 합니다. ‘MZ세대니까’ 식으로 누군가의 책임으로만 돌리면 안됩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직쟁의국장은 기업 내 출산ㆍ육아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경영진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구성원인 근로자들이 회사 내 출산ㆍ육아 관련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쓰고, 제도를 쓴 이후에도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지난달 7일 경기도 기흥 내 나노파크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이투데이 기자와 만나 “정부부터 나서야 한다. (출산ㆍ육아와 관련한) 공익광고를 계속 내고 기업 총수들한테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출산ㆍ육아에 대한 인식변화가 있어야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아무리 기업에서 떠들고, 노동자들이 떠들어도 사회적으로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주체인 정부와 기업들이 현실적인 시선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국장은 기업 경영진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업 총수와 경영진의 인식이 곧 조직 내 책임자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출산ㆍ육아 제도를 이용한 후 불평등한 인사고과를 받게 되면 제도 이용을 주저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출산ㆍ육아를 결국 외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국장은 “최근에도 고과자가 육아휴직을 다녀온 여직원에게 하위 인사고과를 주겠다고 얘기했다는 조합원 제보를 받았다”고 얘기했다. 이 국장 역시 세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육아 휴직 후 복귀했을 때 인사고과 불이익을 받았던 기억을 꺼냈다.
그는 “나도 2017년에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복귀하자마자 고가 평가를 받았는데 부서장이 저한테 ‘네가 육아휴직을 다녀왔다고 고가를 나쁘게 주는 게 아니야’라고 얘기를 했다. 그건 ‘육아휴직 다녀왔으니까 고가를 나쁘게 줄게’란 얘기를 돌려서 말하는 거였다”고 회상했다. 그 해 이 국장은 인사고과 ‘C’를 받았다. 상반기에 받은 하위고과 ‘NI(Need improvement) 등급’을 겨우 만회한 것이다.
이 국장은 출산ㆍ육아 관련 제도를 이용해 휴직한 후 복귀한 직원의 인사고과는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국장은 “휴직했던 직원이 근무를 했다면 다른 직원보다 훨씬 더 일을 잘 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단지 휴직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사고과 불이익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어린이집 확대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기준으로 3300여 명 정원의 어린이집 15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삼성전자 직원 수는 11만7904명이다.
이 국장은 “건물이 있으면 그 옆에 육아 시설이 같이 있어야 된다는 주장을 했었고 그렇게 되길 바랐다”며 “어린이집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는 회사가 유추할 수 있다. 현재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개수(15개)는 사회적으로 봤을 때 ‘많다’는 느낌 정도이지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기업 내 출산ㆍ육아 제도를 이용하는 문화가 완전히 정착했을 때, 제도를 이용한 직원들의 업무 능률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직원들의 복리후생 처우 개선을 주장하고,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업무에 대한 열정도 더 생길 수 있다”면서 “저도 경험을 했지만 (제도 활용이 원활했을 때) 업무 집중도는 훨씬 더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국장은 “아이를 낳는 것은 나의 가치”라며 “회사 경영진의 인식이 조금 더 변하고, 육아와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노조와 함께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