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필요하다”는 원론적 얘기에 그쳐
테라·루나 핵심 증인 빠지고 겉핥기만
가상 자산 이슈가 전면으로 등장한 사상 첫 ‘코인 국감’은 사실상 원론적 이야기에 그쳤다.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총괄· 이정훈 전 빗썸 의장 등 핵심 증인이 불출석한 가운데, 규제 필요성에는 여야 의원 모두 공감했음에도 구체적인 정책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는 오전부터 증인 채택으로 삐그덕거렸다. 아로와나 토큰 관련 핵심 증인으로 꼽힌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은 ‘우울증 및 공황장애로 외부인을 만나는 정상적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신변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이 전 의장이 “어제와 그제 4일 중앙지법형사재판에서는 피고소인으로 출석해서 이해관계에 대해 방어했다”며 이 전 의장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정무위는 이정훈 전 의장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6일 발부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자전거래 의혹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가상화폐 시장이 규제 없이 혼탁하다는 지적에는 “저희는 나름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고 소비자 보호조치를 취했다고 하지만, 객관적 기준이 없었다”면서 “(법안 마련 등) 이러한 룰이 정해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두나무 파트너스가 루나코인에 투자해 이른바 '셀프 상장'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석우 대표는 부인하며 “이해 상충의 여지는 있다”라고 밝혔다.
테라·루나 사태 증인으로 참석한 DSRV랩스 김지윤 대표는 “피해자들이 굉장히 고통받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고 사안이 무겁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상황 구제를 위해 해외 언론과 인터뷰도 했고, 무리한 프로세스에 대한 반대표도 던진 바 있어서 할 소임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DSRV랩스는 테라 블록체인을 운영하는 밸리데이터(노드 검증자)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30개의 프로토콜을 운영 중이며 그중 하나가 테라다. 김지윤 대표는 권도형 대표와 친하냐는 질문에는 “친하다는 기준이 애매하지만, 투자사 대표님으로는 연락처는 있지만, 연락은 지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 관련 기술을 발전시킬 여지를 남겨두고 접점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규제 강화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날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투자자 보호 관련해서 지금 제도가 허점 많은 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법안을 6월 용역으로 해 일부 준비 중인데 시간이 걸려 국회에서 먼저 논의 진행해주시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빗썸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도 다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빗썸 홀딩스 주식을 갖고 있는 비덴트라는 회사가 소규모 순환출자를 하면서 몸집을 키워왔는데, 자본금 2억 원의 조그만 회사가 2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운용했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은 “비상장 법인이라서 출처를 알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김주현 위원장에게 “출자능력이랄지,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고 보입니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주현 위원장은 “빗썸의 지배구조를 처음 본다”며 답을 아꼈지만, 김 의원은 “일반적인 금융거래소라면 영업허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병덕 의원은 아로와나 토큰 상장 과정에서 코인 상장일을 협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음성파일에 따르면 아로와나토큰의 상장을 지원한 박 전 대표는 “내일 모레 상장하면 나도 아작난다. 타격이 크다”며 “무릎 꿇고라도 해명하겠다. 빗썸 허백영 대표를 만나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테라·루나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해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테라·루나 사태 피해자가 최대 28만 명 피해액이 77조에 달하고, MZ세대가 최대 피해자”라면서 “테라 특검을 도입해 책임자를 색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