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유명세로 후원금을 받아 잠적한 택배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6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기부금품법 위반·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택배기사 A씨와 여자친구 B씨를 지난 4일 대구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함께 검거된 여자친구가 사기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반려견 ‘경태’를 데리고 다니며 택배 업무를 하는 모습이 SNS에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이후 경태는 견주가 일하던 CJ대한통운의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 3월 A씨는 SNS를 통해 또 다른 반려견 ‘태희’의 심장병 치료가 시급하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평소 A씨의 반려견 사랑을 믿었던 누리꾼들은 십시일반 후원을 이어갔고, 거액의 후원금이 모였지만 A씨는 이를 들고 잠적했다. 피해 금액만 약 6억원으로 추정된다.
이후 A씨가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누리꾼들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온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이 문제를 직접 다루기도 했는데, 여자친구 B씨의 존재가 드러난 순간이기도 했다.
당시 B씨는 모든 상황을 주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며 돈을 빌린 것 역시 당당하게 인정했다. 다소 뻔뻔해 보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어떠한 사과나 대처도 없이 잠적했다.
이들이 검거된 것은 잠적 6개월 만이다. 다행히 현장에서는 경태와 태희도 건강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이들은 대구에 거처를 마련한 뒤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기부금 모금 등을 주도했다고 보고,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A씨는 도주 우려가 없는 것으로 보고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