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통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미 직장인들

입력 2022-10-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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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완섭 재미언론인

“고금리·경기침체…해고될지 모른다” 73%

아마존, 메타 등 첨단기업들도 감원, 동결

‘채용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보너스 1000달러 선지급.’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점이나 인터넷 취업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구인광고 문구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유혹’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용시장이 짧은 시일에 그만큼 달라졌다.

무엇이 노동시장을 이렇게 급변하게 만들었을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주범이다. 금리인상이 노리는 두 마리의 토끼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안정.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실업률이 안정적이라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두 마리 토끼 중에 어느 쪽이 더 심각한지를 봐서 금리인상 보폭을 조정하는데, 40여 년 만에 최고조에 이른 인플레이션이 워낙 위협적이라 지난 9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고용이 안정적이기 때문에…”라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물가를 잡기 위해선 당분간 고금리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파격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으니, 연내 1.25%포인트 안팎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고용시장은 이대로 괜찮은가. 지표만 보면 아직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실업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인 3.5%를 유지하고 있고, 엄청난 구제금융 덕분에 임금도 크게 올랐다. 우려했던 침체 조짐을 뒤로하고 소비자들은 집과 차를 구입하고, 전자제품과 컴퓨터를 마구 사들였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지만, 팬데믹의 공포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이젠 여행과 취미 생활에도 돈을 쓰려고 한다. 그러나 이대로 가서 고금리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성장이 둔화되면, 기업들은 다시 고용을 줄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어느 시점에서 금리인상 황소걸음을 게걸음으로 바꿔야 하느냐는 것이다. Fed는 내년 목표 실업률을 4.4%로 잡고 그 정도면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5%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업률이 5%면 250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금리 보폭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내 금리인상 폭을 낮추라는 주문이다.

노동시장에 안개가 드리워지고 있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9월 말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21만9000건. 최근 5주간 꾸준히 늘고 있다. 아직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일시해고 숫자도 최근 18개월 내 최고치로 높아졌다.

인플레를 잡겠다고 한쪽으로만 뛰다 보니 고용시장에 서서히 안개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불안요인이 우려할 만한 것이냐 아니냐는 판단도 Fed와 경제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는 게 문제다. 경제전문가들은 노동시장 불안이 연말부터 커지기 시작해 내년 초에는 경제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구직자들의 불안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원격근무 플랫폼 플렉스잡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직장인이나 구직 희망자의 73%가 다가올 경기침체가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인플레이션이 침체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본 응답자가 80%나 됐다.

실제로 GM 같은 대기업도 인원을 2.5% 줄였고, 메타(페이스북) 같은 첨단기업도 4.04%나 해고했다. 골드만삭스, 아마존, 넷플릭스 같이 고용시장을 주도하는 간판기업들도 인원을 줄이거나 신규채용 동결을 검토 중이다. 한때 첨단인력을 대거 흡수했던 스타트업 기업들도 정점을 찍고, 해고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나타난 이상 징후 가운데 하나는 수급 불균형. 코로나 때문에 일시 해고됐다가 다시 직장에 복귀하려는 인력은 많은데, 고용주는 마땅한 인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25~54세의 한창 일할 연령대는 그나마 복귀했지만 55세 이상 고령층은 심각하다. 코로나로 인해 잡작스럽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은퇴를 한 경우 재취업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재취업 시 경력에 걸맞지 않은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어,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브루킹스연구소 웬디 에델버그 디렉터는 “노동시장이 겉으로는 뜨거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수요는 회복됐는데, 필요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생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사가 내미는 취업 오퍼에 사인만 하면 현금 보너스를 받고 취업을 할 수 있었던 직장인들. 그러나 채 일년도 안 돼 금리는 오르고 물가는 잡히지 않는데,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터널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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