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대회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대표가 러시아 대표와 같은 방을 배정받자 거세게 항의했다. ‘평화’의 주제를 담은 주최 측의 의도된 행동이었지만,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영국 데일리스타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국제 미인대회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대표 올가 바실리브는 러시아 대표인 에카테리나 아스타셴코바와 같은 호텔 방을 쓰게 됐다.
주최 측은 SNS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며 “이번 대회의 캠페인은 ‘전쟁과 폭력을 중지하라’이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표 바실리브는 강력 항의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내가 테러리스트, 무법지대, 전제주의 국가이자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장소에서 온 경쟁자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화가 났고, 심적으로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는 평화와 사랑, 우정을 지지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내 형제자매를 고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런 단어들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가 입장문을 올린 다음 날 주최 측은 그에게 새로운 방을 줬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러시아 대표 아스타셴코바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SNS에 “나 역시 가족들이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며 “나는 가족 중 유일하게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이는 정말 참기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회장에서 내는 목소리가 모두에게 충분히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나 역시 우정과 사랑, 세계의 평화를 침해하는 어떤 방식의 증오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71개국이 참가했으며, 한국 대표로는 이주연 씨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