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극약처방에도...미국 물가 왜 안 잡히나

입력 2022-10-14 15:03수정 2022-10-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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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세 등 주거비용 급등에 인플레 장기화 우려 부추겨
임금 상승으로 인한 서비스 물가도 급등

▲미국 뉴저지 노스브런스윅의 월마트에서 사람들이 물품을 고르고 있다. 노스브런스윅/로이터연합뉴스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란 극약처방에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13일(현지시간) 개장 전 전 미국 노동부는 9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8.2% 올랐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8.1% 상승과 0.3% 상승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1982년 8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9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6.6% 올랐고,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월가 예상치인 6.5%와 0.3%를 모두 웃돌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밀브레에 있는 한 주요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밀브레/신화뉴시스

이번 물가 상승 주요 원인으로는 임대료와 같은 주거 비용과 교육비, 서비스 물가 상승이 꼽힌다. 그간 인플레이션 주범으로 지목됐던 휘발유 가격은 하락했지만 이들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 중에서 임대료와 의료비용 등 서비스 물가의 상승세가 근원 CPI를 끌어 올린 주된 이유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9월 임대료는 전년 동월 대비 7.2% 급등했다. 이는 198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그간 임대료는 연간 3%대 상승 수준을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월세 같은 주택 비용은 전체 인플레이션 구성 요소 중 가장 비중이 크고, 한 번 올라가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은 속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인플레 장기화 공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NYT는 임금 상승에 따른 애완동물 케어에서부터 치과 방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 물가가 큰 폭으로 증가한 점도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고차 가격도 기대만큼 상승폭으 둔화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9월 중고차 전월 대비 1.1% 하락했지만, CPI 상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7.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고차 딜러가 과거 고가로 구매한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경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나 돼야 주거비용이나 중고차 가격 둔화 조짐을 보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회복세가 위축돼야 한다. 즉 경기후퇴를 수반하는 대폭적인 수요 감소에 의한 인플레이션 억제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5일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9월 CPI가 예상을 웃돌면서 연준의 추가 공격적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시장이 이를 이겨낼 체력이 있느냐다. 이날 다우지수를 포함한 뉴욕증시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뉴욕증시는 CPI 발표 직후 급락했으나 최근 증시 하락세에 대한 낙폭 과대 인식과 함께 인플레 고점론이 부각되면서 2%대 급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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