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10일 83발, 11일 28발의 순항 미사일 공격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각각 43발과 20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10일 70발 이상을 쐈으며 모두 목표를 명중했다고 말했다. 양측의 계산이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최대 규모의 미사일 공격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들어간 비용도 만만치 않다.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한 발 당 약 650만 달러(약 93억 달러)로, 10일 하루에만 5억 달러어치 공격을 퍼부은 셈이다.
러시아 무기고에 미사일이 얼마 남아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수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사용한 무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에서 다양한 미사일을 들고 나왔다. 전략 폭격기에서 Kh-55와 Kh-101 순항 미사일, 해상에서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지상에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S-300 지대공 미사일도 반복해서 사용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더글러스 배리 군사 전문가는 “최근 공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상 목표물 공격에 다양한 미사일을 사용한다는 것”이라며 “미사일 재고가 확실히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러시아가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지대공 미사일을 사용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S-300 대공 방어 시스템은 군사 목표물 공격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이안 윌리엄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대공 방어 시스템과 대함 미사일 용도를 변경했다는 것은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한 첨단 미사일이 부족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맥킨지 인텔리전스서비스의 루이스 존스도 “러시아가 바닥난 재고와 추가 생산 능력을 고려해 차선책으로 S-300 미사일 등의 용도를 변경한 게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용도 변경은 앞선 공격에서도 나타났다. 6월 말 우크라이나 중부 크레멘추크시 쇼핑센터 공격에 KH-22와 KH-32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두 미사일은 지상 목표물이 아닌 함선 공격용으로 설계돼 러시아의 첨단 무기 재고가 바닥났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러시아는 무기 고갈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 재고가 충분하며 생산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데이터는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전략적 행동이라고도 보고 있다.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해 우크라이나를 공황 상태로 내몰고, 자국에 유리한 협상을 유도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푸틴의 '특별군사작전'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전략'을 짜낼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