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한동안 마비시킨 카카오 먹통 대란은 배터리 한 개에서 시작된 것으로 잠정 추정됐다.
17일 연합뉴스는 관계 당국을 인용해 카카오 등의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한 경기 성남시 SK 판교 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지하 3층의 배터리에서 갑자기 스파크가 일어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설치된 CCTV에는 전기실 내 배터리 중 1개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화재가 발생한 장면이 담겼다. 화재가 나자 곧바로 자동소화 설비가 작동해 가스가 분사됐다. 불이 난 배터리 1개는 5개의 랙(선반)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 화재로 모두 탔다.
고작 배터리 1개가 불에 탄 것이지만 화재의 여파는 컸다. 불이 나자 전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오후 3시 33분 카카오와 연계된 일부 서버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그러면서 카카오의 메신저 앱 카카오톡의 먹통 사태가 빚어지는 등 카카오·다음 등의 서비스에 오류가 생겼다.
오후 4시 52분에는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에 물을 사용해야 한다. 누전 위험이 있으니 전력을 차단해달라”고 요청, SK C&C 측은 센터의 전체 전력 공급을 차단했다. 이때부터 카카오 연계 서버 외 네이버 등 모든 서버 기능이 중단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기소방재난본부,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은 17일 오전 11시 20분 2차 감식에 돌입했다. 전날 이들은 1차 감식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2차 감식에서는 불에 탄 배터리와 주변 배선 등 화재 원인 조사에 필요한 잔해를 수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로 추정되나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정확한 원인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3시 33분 시작된 카카오 서비스 장애는 일부 기능이 복구됐으나 완전한 복구는 요원한 상황이다. 특히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2년 만에 가장 긴 장애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