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8시간 넘게 ‘먹통’이 됐다. 톡으로 주문을 받던 영세상인부터 단체 채팅방에서 업무를 보던 회사원까지. 4700만 명의 이용자들을 사라지지 않는 ‘종이 비행기’(메시지 전송이 보류됐을 때 뜨는 표시)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과의존에 따른 데이터 재난은 탈(脫) 카카오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화재가 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카카오톡에서는 207만 명이 빠져나가고, 라인과 텔레그램은 각각 85만 명, 22만 명 늘었다.
카카오톡과 헤어질 결심을 한 이용자를 받아 줄 메신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카카오톡의 대표 대체재로 꼽히는 건 네이버 ‘라인’이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라인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가 운영한다. 일본에서는 인사를 할 때 전화번호가 아닌 라인 아이디를 물을 정도다.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인기가 좋다. 카카오톡이 먹통 되자 라인은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끊기지 않는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란 홍보 문구를 내걸고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그 결과 17일 오후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다운로드 1위를 달리고 있다.
‘라인’ 다음으로 관심을 받는 건 ‘텔레그램’이다. 지난 2013년 러시아 태생의 형제가 만든 텔레그램은 광고 없는 서비스를 표방하며 높은 보안성을 자랑한다. 대화를 나누는 A와 B의 기기 모두에서 메시지를 암호화해 저장하기 때문에 중간 서버에서 내용을 알아채는 게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N번방’ 사태처럼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2014년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불거질 당시에도 ‘텔레그램’이 대체 앱으로 각광받았다.
아시아권에선 다소 생소한 ‘와츠앱’은 ‘유럽의 카톡’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유료 채널이었지만, 현재는 공짜로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이용이 간편한 데다 녹음, 데이터 통화 등의 유용한 기능도 탑재하고 있어 한 때는 전 세계 ‘1위’ 메신저 앱에도 올랐다. 하지만 2014년 2월 페이스북(현재 메타)에 피인수된 이후 지난해 초 모회사와 전화번호, 위치 데이터 등 개인 정보를 공유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용자들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10대가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는 ‘페메(페이스북 메신저·현재는 메타 메신저)’다. 즉각적인 소통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금 페메서 활동 중인 친구와 메시지를 누가 안 읽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모티콘과 움짤(움직이는 짧은 동영상)도 공짜다. 2년 전 잡지 ‘대학내일’ 조사에 따르면 만 15세에서 18세 사이 사람들이 카톡 다음으로 많이 쓰는 메신저가 페메였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이른바 ‘디엠(DM)’도 인기가 높다. 특히 이번 ‘블랙아웃’에서 카카오톡으로 주문을 받던 소상공인들에게 대체 메신저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