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연합(통일교) 논란에 기시다 지지율 20~30%대로 하락
25일부터 질문권 기준 등 검토 시작될 전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ㆍ이하 가정연합)에 대해 ‘질문권’에 의한 조사를 지시함에 따라 가정연합의 종교법인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NHK방송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나가오카 게이코 문부과학상에게 가정연합에 대해 ‘종교법인법’에 규정된 질문권 행사에 의한 조사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질문권을 활용하면 문부과학성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법령 위반이 의심되는 종교법인의 임원에게 사업과 업무에 관해 보고를 요구하고 질문할 수 있다.
질문권은 종교법인의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하기 전 단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사 이후 공공복지에 현저한 해를 끼쳤다고 인정되는 행위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종교법인격을 박탈하는 해산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금까지 질문권이 사용된 전례는 없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가정연합은 2016년과 2017년 민사재판에서 조직적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됐고, 일본 정부가 지난달 5일 개설한 전화 상담창구에는 지난달 30일까지 1700건 이상의 상담이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곤궁이나 가정의 붕괴가 생긴 피해자가 다수”라며 “구제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는 것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연합은 신도들에게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하는 등 막대한 기부를 하도록 유도해 문제가 됐는데, 집권 자민당 국회의원들과의 접점까지 드러나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자민당 소속 의원 37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80명이 가정연합과 접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대해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솔직히 사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문화청은 질문권 행사 기준 등을 정리하기 위해 종교와 법률 전문가들이 참가한 전문가 회의를 설치해 25일부터 검토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동기를 설명하면서 아베 전 총리와 가정연합의 유착 의혹을 거론해 논란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그간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가정연합 조사에 미온적이었으나 정치권 유착 논란이 지속되고, 피해 신고가 늘며 태도를 바꿨다.
가정연합 논란에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20∼30%대까지 떨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조사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행정부는 가정연합을 보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