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에 군사법원은 시대착오적인 판결을 내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심지어 군 검사는 기소 남용 통제조차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는 군사법원과 군검찰의 성범죄 사건 처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나. 직무배제를 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금 추진 중이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전 실장의 혐의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수사 최종 책임자였음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단하기는커녕 군검사에게 개인전화로 전화해 ‘구속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고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전 실장은 지난해 3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부실 초동 수사의 핵심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으나 군검찰은 그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안미영 특별검사 수사팀은 추가 수사로 전 실장의 혐의를 입증했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면담강요 혐의로 기소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전 실장은 지난해 자신에게 사건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 씨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부하 군검사에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며 추궁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10년 전 사건을 언급했다. 육군에서 한 상사가 공포탄 100발과 군복 등을 JSA에 있는 대위에게 택배로 보냈고, 이를 목격한 같은 부대 하사가 중대장에게 보고하고 내부공익신고센터에 신고해서 조사를 했으나 아무런 징계 없이 묻힌 사건이다.
조 의원은 “이런 일이 있느냐고 국방부에 자료제출을 요구했더니 처음에는 ‘이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라며 “이후 증인과 관련 제보자가 있다고 했더니 뒤늦게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10년 뒤 발생한 이예람 중사 사건과 너무 똑같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인정하고 철저히 조사해야할 일을 은폐하려다가 증인이 나오니까 사실을 인정하는 식”이라며 “사건을 고발한 내부 고발자에 대한 처리, 단호한 조치를 했으면 국방부시스템이 이예람 중사가 목숨을 끊을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탄희 의원은 3월 군사법원이 판결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사례를 거론했다. 부하 여성 장교가 해군에서 A 소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추행과 성폭행을 당했고, 이 사실을 B 대령에게 보고했는데 B 대령은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성폭행한 사건이다.
이 의원은 “고등군사법원은 이 사건의 B 대령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행위가 팔을 누르고 강제했지만 피해자 항거불능상태까지는 아니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대법원은 ‘지위복종관계에서 팔을 강제로 누르고 간음했는데 항거불능하지 않는다는 것인가’라며 사건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대법원은 피해자를 중심으로 항거불능 상태인지를 판단한 지 오래됐다”며 “그런데 고등군사법원은 그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가해자 기준에서 편향된 판결을 내린다”고 꼬집었다.
또한 “더 큰 문제는 군사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려도 해당 군 판사에 대해 국방부나 군사법원에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며 “최근 군사 법원 개혁으로 군판사위원회가 설치됐는데, 잘못된 판결에 대해 평정하는 ‘사건평정’조차 도입돼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에 이 장관은 “평정제도는 민간사법제도에는 있지만 군법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군에도 적용해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