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장애부터 도중식사까지 이유 다양
여전히 UIC 언급하며 "세계 1위" 강조
고객 서비스 헌장 기준 정시율 85.5% 그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5년간 5만 번 넘게 지연된 KTX 운행을 두고 미흡했던 선로 안전 관리 등 대책을 내놓았다. 국회에서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관리에 나선 것이다. 다만 자신들이 정한 '고객 서비스 헌장' 기준이 아닌 국제 기준에만 초점을 둬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코레일은 최선을 다해 열차 지연을 막고 정시운행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9일 본지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KTX의 지연 문제와 관련해 "선로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으로 선로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이 KTX 지연과 관련해 대책 마련을 내놓은 이유는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유 의원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선 KTX 지연과 관련한 관리 미흡을 비판했다.
앞서 코레일이 유경준 의원실에 제출한 'KTX 고객서비스 헌장 기준 지연시간별 지연운행 현황'에 따르면 KTX가 5분 이상 지연된 횟수는 총 5만 1890번에 달했다. 10번 열차를 운행할 때 1번은 거의 지연되는 꼴이다. 이는 같은 기간 1만 7172회 늦은 SRT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관련 기사: [단독] "하루 10번꼴로 늦어"…KTX·SRT, 5년간 2만번 넘게 열차 지연)
코레일은 유 의원실에 처음 제출한 자료엔 국제철도연맹(UIC) 기준인 16분 이상 지연 횟수를 정리해 일반 열차까지 총 7545건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뒤늦게 추가 자료를 제출해 '고객 서비스 헌장 기준'이라며 5~15분 지연된 횟수를 보고했다. 이에 유 의원은 자료 제출 내용과 관리 방안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열차가 지연됐던 사유는 고객 승하차 문제가 7만 7742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기타 이유 외에 선로 문제가 가장 많았다. 총 21만 8312건의 지연 사유 중 4만 949건이 선로 문제였다.
구체적인 선로 문제로는 선로장애와 고장, 선로안정화를 위한 서행이 포함됐다. 선로와 선로를 잇는 부분에 문제가 있거나, 선로 온도가 뜨거워져 장애가 생기는 등 선로 관리가 미흡해 열차가 지연된 것이다. 기타 이유로는 운행 도중 식사로 인해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도중 식사 때문에 지연된 건 없다"며 표기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레일은 단기적으로 특별점검과 중계 레일 구조 개선, 선로 온도 모니터링, 위험요인 점검 강화 등을 약속했다. 또 선로 이상 등 이례 사항이 발생하면 통보절차를 강화하고 점검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취약한 선로를 관리하고 적정수준 이상의 자갈이 유지되도록 관리도 진행한다.
중장기적으론 선로의 적정온도 유지를 위한 자동 살수장치 설치와 궤도 개량을 통한 안전성 강화, 시설유지보수 자동화 등을 제시했다. 선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계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대책 제시와 달리 코레일은 여전히 UIC 기준에만 집중하는 중이다. 유 의원실에 제출한 열차 지연 관련 대책 질의에 코레일은 "최근 5년간 열차 정시율 1위로 세계 최정상 유지"라며 UIC 기준을 재차 강조했다. UIC 기준으론 15분 59초 이내 도착은 정시로 판단한다.
하지만 KTX의 고객 서비스 헌장 기준(5~15분 59초 지연 포함) 정시율은 올해 9월까지 85.51%에 그쳤다. 2020년 92.44%, 2021년 89.13%로 꾸준히 내림세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 관계자는 "안전운행을 하면서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정시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상습 지연 열차는 열차 시각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운행 환경이 확보되면 즉시 정시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코레일이 UIC 기준만 내세워 세계 최정상이라고 자부할 것이 아니라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고객 서비스 기준 정시율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철저한 관리를 통해 지연 횟수를 줄이고 KTX가 고속열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