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등 현지 식재료로 부대 내에서도 조리 가능해야
현지인과의 협력도 중요...우크라 침공 러시아 반면교사
훈련의 목표는 군용 식량의 외부 조달이 중단되더라도 안전한 식량 공급을 유지하는 것이다. 2014년 약 30년 만에 도축 훈련을 부활시킨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의 마일론 빌링슬리 상사는 “대원들의 복통, 설사 문제가 반복되는 걸 보고 야외 육류 처리와 조리 훈련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수부대는 외진 곳에서 소규모 팀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식량 보급 방식의 문제점이 극대화되는 곳이다. 주둔지가 외질수록 식량의 외부 조달이 어렵고, 대원들이 현지 위생 관리 방식이나 조리법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낯선 음식을 섭취하게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에 빌링슬리 상사는 콜로라도주 포트카슨 근교에 주둔했을 당시 현지 식당에서 한 정육점 주인과 함께 특수부대 소속 조리병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도축 등 식육 처리 기술을 가르치는 단기 훈련을 고안해냈다. 현재 공군과 해병대 등에서도 취사병들이 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 미군 지도자들도 기존 식량 보급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미군은 주로 육로와 항공로를 통해 해외 파병 부대에 식량과 탄환, 연료 등을 보급하는데, 기존 공급망이 작동하지 않는 대규모 전쟁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훈련은 현지인들의 ‘협조’와 같은 윤리적인 현지 물자 조달에도 방점을 둔다. 현지인들과 협력할수록 전쟁에도 도움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불을 지폈다. 브렛 드브로 노스캐롤라이나대 군사 전문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현지 주민들을 학대하고 물자를 약탈하는 모습을 보라”라며 “다른 나라 군에는 침략군이 현지 물자를 조달하는 일반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 현지인들의 세탁기를 훔친다는 소식은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