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을 앞세운 카카오의 기동성은 거기까지인 모양이다. 더 이상 가벼움은 신선한 이미지보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라는 부정이 더 부각되는 듯하다. 특히 기동성은 얄팍한 상술로 변질됐다는 비난도 나온다. 지난해 카카오는 막강한 독점적 지위로 시장을 장악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를 ‘쪼개기 상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는 사내 스타트업처럼 신규 사업을 분사시켜 육성한 뒤, 추후 상장시키는 계열사 육성 전략을 펼쳤다. 결국 핵심 사업을 쪼개 상장시키는 바람에 카카오 주주가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돌아왔다. 최근에는 손자회사인 게임 개발사 라이온하트도 같은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상장 철회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승차공유)에 반대한 택시기사들의 분신 시도는 ‘젊은 카카오는 성숙하지 못했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카카오에 열광했던 사회 구성원들도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때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의 신화를 쓴 김 센터장의 ‘기업가정신’이 부각된 듯싶다.
‘대국민 일상 블랙아웃’ 사태를 일으킨 카카오가 19일 머리를 숙였다. 사고 닷새째에 공식 석상에 나온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이번 사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카카오는 이미 국민 생활 곳곳을 파고들었다. 이번 셧다운 사태로 카카오톡에서 이탈한 약 200만 명이 하루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익숙한 카카오 생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경험한 김 센터장의 기업가정신이 더 궁금하다. 카카오 대란에 대통령이 연일 발언 수위를 높였고, 주무장관이 사과했다. 국회의원들은 현장을 찾고, 카카오를 재난관리시설로 지정·이중화 입법을 추진했다.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런데 김 센터장이 보이지 않는다. 김 센터장이 카카오 미래 10년을 위해 조직문화로 내세운 ‘세상을 선하게 바꾸려고 노력한다 ’라는 카카오스러움은 어디에 있는가. a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