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조한 노동시장, 소비‧저축 지표 등 긴축 여지 줘
고강도 긴축에 국채금리 2008년 이후 최고 수준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추적하는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기준금리가 내년 5월 5%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지난주만 해도 4.6%였던 전망치를 일주일 새 0.4%포인트(p)나 올린 것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도 전날 보고서에서 연준이 내년 1분기까지 금리를 5.2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전망을 웃도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결과라고 FT는 설명했다. 9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8.2%, 전월 대비 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11월에 이어 12월에도 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지표도 연준의 공격적 긴축을 부채질했다. 지난 15일로 끝난 한 주간 계절 조정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시장 예상을 깨고 1만2000건 감소한 21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강한 노동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소비와 저축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분기 신용카드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고, 예금 잔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전보다 5배 증가했다.
연준 인사들도 긴축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더 긴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올해 말까지 4%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전날 “인플레이션 완화의 실제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근원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4.75%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고강도 긴축 전망에 장중 4.23%까지 치솟았다. 2008년 이후 최고치다.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4.61%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벼르고 있는 만큼 국채금리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