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中企적합업종 지정됐지만 결국 대기업 시장으로 전락
대리운전업계 “자포자기 상태…일단 불복신청할 것”
독과점을 막아달라는 대리운전업계의 호소에도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그간 대리운전업계가 반대해온 ‘콜공유(전화콜과 앱콜 연동하는 방식)’에 대해 동반위가 최종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업계는 동반위에 불복신청을 낼 예정이다.
21일 동반위는 제72차 본회의를 열고 지난 5월 중기적합업종으로 권고한 대리운전업의 부속사항을 결정했다. 부속사항에는 티맵모빌리티가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인 로지소프트를 인수 및 ‘콜공유(전화콜과 앱콜 연동하는 방식)’를 허용하는 안건이 담겼다. 앱콜(앱으로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는방식)만 운영해온 티맵이 콜공유를 통해 전화콜(전화로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는 방식)까지 진출할 수 있는 있게 된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동반위는 대리운전업을 대기업의 시장 침탈에서 보호해달라는 업계의 요청에 따라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동반위는 대리운전업을 전화콜과 앱콜로 나눠 전화콜 시장에 한해서만 대기업의 사업확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대기업의 앱콜 시장은 허용됐다. 쟁점이 됐던 현금성 프로모션 수위와 로지와의 제휴 등 부속사항은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결정이 보류된 사이 티맵은 전화콜 시장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는 배차 프로그램 로지의 지분 100%를 547억 원에 인수했다. 사업확장 금지, 3개월 논의 기간 부속사항 관련 활동 금지 등에 대한 동반위의 권고에도 이를 강행했다. 이후 티맵은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전화콜 시장마저 콜공유 서비스를 만들어내며 동반위가 분리해 놓은 시장을 다시 섞이게 했다.
대리운전 업체를 대표하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동반위가 대리운전업을 전화콜과 앱콜 두 가지로 나누고, 전화콜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보호한다고 했지만 정작 티맵은 이를 다시 합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 8월과 9월 동반위, SK 본사 앞에서 집회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콜공유에 대한 허용 여부는 사실상 주된 논의 안건이 아니었다. 전화콜 확장 자제 기준을 두고 카카오와 티맵 간 갈등을 중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동반위는 지난 2020~2021년 코로나19 사태로 전화콜 수가 급감한 만큼 2019년이 기준으로 콜공유를 허용했다. 앞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전화콜을 약 370만 콜, 티맵모빌리티는 약 40만 콜만 받을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선 동반위가 대기업들의 밥그릇 싸움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동반위는 이와 함께 대기업의 현금성 프로모션과 매체 광고를 자제하도록 했다. 또 ‘대리운전산업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대리운전 기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해 가기로 했다. 이번 권고 및 부속사항 준수를 위한 협의체도 추가 구성해 정기적으로 상생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라고 동반위는 설명했다.
오영교 동반위원장은 “앞으로도 동반위는 경제환경 변화와 산업구조 개편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갈등과 양극화 문제에 대해 자율과 참여, 협력의 민간 플랫폼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리운전업계는 최근 중기적합업종 지정 철회와 신청 단체인의 사업자 폐업을 고려하는 등 앞으로의 방향성에 고심해 왔다. 그러나 막상 동반위의 결정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우선 동반위의 이번 콜공유 허용에 대해 불복신청을 낼 방침이다.
신승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의장은 “동반성장위원회의 티맵과의 콜 공유 허용은 제2의 카카오를 만들게 될 것이고, 결국 이 소상공인 대리운전 시장은 반 토막이 날 것”이라며 “카카오와 티맵의 독과점으로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시 아무런 대안 없이 결국 최종 소비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껴안을 것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