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예비심사 청구서 접수 42곳 남아…중도 포기 기업 더 늘어날 수도
라이온하트·골프존커머스 상장 철회…컬리·케이뱅크 상장 내년으로 미룰 듯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드리운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올해 신규 상장기업수는 1년 새 반토막 났고, 현대엔지니어링, 원스토어, SK 쉴더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 굵직한 대어들도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연착륙’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증시 전반의 조정 장세가 반영된 IPO 기업들의 공모가와 상장 후 주가수익률 약세는 시장참여자들에게 더 크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신규 상장한 일반기업수는 55개로 전년 91개 대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심사철회(15개)와 공모철회(4개) 등 IPO를 접은 기업수는 19개로 나타났다. 지난해(26개)에 비해 줄어든 모양새이지만, 상장기업수 대비 심사·공모철회 비중으로 따지면 IPO를 접은 비율은 증가 추세다.
하반기 대어로 꼽혔던 게임 ‘오딘’의 개발사이자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며 상장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라이온하트는 카카오 계열사들의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카카오 계열사 중복 상장 논란도 불거지며 IPO 논란이 불거졌다.
또 다른 하반기 대어 골프존커머스도 지난 13일 IPO를 철회했다. 골프존커머스는 이달 11~1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공모가 희망범위(1만200~1만2700원) 하단 이하에서도 수요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 시장 관계자는 “IPO 철회는 자금시장이 안 좋아 상장을 미루거나 실적 같은 상장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등 크게 두 가지가 주요 이유로 꼽힌다”며 “증시가 안 좋고 자금시장도 경색된 지금 상황에서 IPO를 미루거나 접는 기업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기업이 현재 42곳에 달하고, 연말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공모철회 또는 상장 철회할 기업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컬리와 케이뱅크의 목표 상장 시점도 내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컬리와 케이뱅크는 각각 올해 8월과 9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상장계획 일정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락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신규 상장한 기업과 업계 비교 기업들이 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상장시기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회사는 장외시장에서 마저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증시 하락에 몸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컬리는 올 4월 10만 원대에서 2만 원대로 추락했고, 케이뱅크는 2만 원대에서 1만 원대로 내려왔다. 컬리와 케이뱅크는 심사승인을 받은 6개월 이내인 2~3월까지 공모일정을 마쳐야 한다.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오아시스도 올해 증시를 건너뛰고 내년에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서만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에 이어 라이온하트까지 굵직한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심사 승인까지 완료하고 중단한 현대오일뱅크, 심사 단계에서 미승인으로 끝난 교보생명, 청구서는 접수하지 않았지만, 신규상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CJ올리브영, SSG닷컴 등의 상장 계획 연기까지 포함하면 올해 IPO 성적은 초라하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한 곳에 불과했고, 하반기 들어선 쏘카와 인더스트리 단 2곳에 그쳤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에 16개사가 상장한 것과 비교해 대폭 쪼그라들었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IPO 시장은 특정 섹터 및 종목에 관심 집중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전반적으로 IPO 시장에서 벨류에이션 부담을 느끼는 반면, 주식 시장 하락이 지속될 시 IPO 종목들의 수요예측과 수익률 양극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