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말 기준 1869조, 숨은부채도 1000조 육박
우리 경제 최대 위기 요인
"정부, 제도적 장치 마련을"
1997년 11월 한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대우그룹과 한보그룹 등 대기업의 부도사태로 주저앉았다. 그로부터 25년 후인 2022년 10월. 우리나라 경제의 핵인 대기업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1869조 원에 달한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부채보유 가구당 1억3661만 원에 달한다. IMF 외환위기 당시 가구당 부채가 1100만 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2배가 넘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폭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4조 원이었다. 이후 국내 가계부채는 2002년 465조 원, 2008년 724조 원, 2013년 1019조 원, 2017년 1451조 원, 2020년 1726조 원, 2021년 1862조 원으로 꾸준히 급증했다. 올해는 이미 6월 말 기준 1869조 원으로 지난해 전체 가계부채 규모를 넘어선 상황이다. 사실상 올해는 가계부채 규모가 20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가계부채 통계에서 빠진 숨은 부채도 10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주택 임대차와 결합한 가계 간 금융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가계부채가 대규모로 존재한다. 김세직 교수팀은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만 995조8000억 원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를 맞아 가계부채는 우리나라 경제 최대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8월 발표한 '금융불안정성, 장기균형선 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평균 가계 금융불균형 정도는 78.5p로, IMF 외환위기 당시(52.5p)와 비교하면 26.0p 높다.
가계 금융불균형이란 가계부채 수준이 GDP(국내총생산)나 실물경제 수준과 비교해 얼마나 과도하게 늘었는지를 의미한다. 가계 금융불균형이 높아졌다는 것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계신용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IMF 외환위기 당시엔 대기업의 부도로 인해 기업부채가 높았지만, 지금은 기업부채보다 가계부채의 위기가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부채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6배에 달한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여러 대출자가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 정부가 그만큼 가계부채 급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가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금리의 급격한 상승기를 맞아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줄 세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통화 긴축으로 올해 하반기와 내년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과도하게 팽창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며 향후 금리 인상 시 신용 리스크 확대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