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당시 PBR 0.58배…최저 경신
“주식시장, ‘신용위기’ 밸류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외국인 이탈 가능성도”
금융당국이 채안펀드를 재가동하면서 경색된 단기자금 ‘돈맥경화’ 현상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신용위험을 가장 꺼리는 이유는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코스피는 2003년 카드채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발생 등 과거 세 차례 신용위험 구간에서 역대 가장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자본 비용으로 눈을 돌렸을 때 밸류에이션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세 가지 국면에서 공통점은 자본 비용으로 대체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회사채 금리 상승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자본 대비 수익성에 집중해 코스피를 평가해 온 탓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코스피 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간 상관계수는 0.84로 밀접하다. 반면, 코스피 자본 비용을 가장 유사했던 회사채 A+ 금리로 대체했을 때 PBR과 상관계수는 높지 않았다. 오히려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국면이 더 길다.
PBR과 ROE 간 상관계수가 떨어질 때는 신용위험이 부상했을 때다. 2003년 카드채 사태 당시 코스피 PBR은 12개월 후행 기준 0.69배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는 0.81배를 나타냈다. 전대미문 보건 위기를 겪었던 2020년 코로나19 당시에는 0.58배를 나타내며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코로나19 당시에는 한국은행과 정책 당국의 발 빠른 대응으로 금리 변동 수준을 줄였으나 신용스프레드 기준으로 단기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과거 세 차례 사례는 수익성에 집중하던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자본 비용으로 눈을 돌렸을 때 밸류에이션 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현재 국내 회사채 시장 상황이 아직 신용위기 형태를 보이지 않고 유동성 위험 형태를 보이나 향후 진행 과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관건은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신용 공여 관련 일부 금융회사, 건설기업에 국한한 위험이 제조업으로 번질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우리나라도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제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차입 부담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말까지 신용 시장이 약세인 가운데 건설, 증권 등 일부 업종 흔들림은 불가피해 보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위기 전개 과정에서 제조업으로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는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면 급격한 코스피 가격 조정은 피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및 2020년 코로나19 당시에도 제조업으로 위기 확산은 차단할 수 있었다”며 “신용위험은 연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제조업 전이 여부가 중요하다”라고 분석했다.
과거 3차례 신용위험 겪어…2003 카드채 사태·2008 금융위기·2020 코로나19
코로나19 당시 PBR 0.58배…최저 경신
"주식시장 신용위기 밸류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외국인 이탈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현재 발생한 신용스프레드 확대가 신용위기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추가로 하락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익 추정치 하락에 따른 ROE 하락세로 밸류에이션 하락이 나타나고 있는데, 주식시장이 아직 신용위기 가능성을 밸류에이션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신용시장은 계절적으로 연말까지 약세 경향을 보이는데, 현재 기업 자금 수요가 급증할 시기인 탓이다.
노동길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ROE는 8.6%로 하락한 상태로 직전 고점인 10.6%에 비해 2%포인트(p) 하락했다”며 “이익 추정치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수출 증가율 마이너스 전환을 고려하면 이익 감소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이 회사채 및 단기금융시장의 불안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막기 위해 채안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증권사 지원 등을 포함한 50조 원 이상의 정책을 내놨지만, 금융사들이 캐피탈콜(펀드 자금 요청)에 응할지는 물음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들만으로는 번지는 불씨를 완전히 끄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된 지원 중 하나인 채안펀드는 시장 안정화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자금 여력이 없는 은행들이 캐피탈콜에 응할 만금 자금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김 연구원은 “근본적인 상황도 변하지 않았다”며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당국의 긴축으로 전체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안정의 정도는 한계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리스크가 커지면 외국인 이탈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신흥국 주식펀드 안에서 한국 비중은 최저치에 근접했다. 우리나라의 9월 말 비중은 8.0%로 2018년 이후 최저치인 7.7%에 근접한 상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연관이 깊은 유형은 신흥국주식펀드와 아시아(일본제외) 펀드”라며 “최근 두 유형은 각국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자금유출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