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업황 악화에 '어닝 쇼크'
수익성 떨어지는 제품 생산 감축
LG디스플레이도 "투자 최소화" 밝혀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3분기는 대개 계절적 성수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는 IT(정보통신) 세트 수요의 둔화, 주문 감소 및 재고 증가,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등이 계속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 3분기 ‘어닝쇼크’라는 성적표를 받은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하반기까지도 쉽지 않으리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26일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황 부진이 장기화하거나 악화할 것이라고 봤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의 재고 증대와 소비 위축의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트에 들어가는 D램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및 패널 가격 하락과 성장세 둔화, 세트 업체들의 강도 높은 재고 감축 등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혹한기가 예상된다.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서버용 D램 시장 규모가 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서버용 D램 시장 성장률이 1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4분기에도 낸드 가격은 평균 15~20%, D램은 13~18% 떨어질 것으로 봤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LG전자의 올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출하량 역시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중국업체들의 진입으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크게 하락한 데다 TV 수요까지 크게 쪼그라들면서 반도체와 더불어 디스플레이 업계도 위기인 상황이다.
메모리를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와 비교해 60.5% 감소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2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양사는 업황 회복을 대비해 차세대 기술 개발 등을 이어가는 동시에 당장 고객사들의 재고 소진 전략과 소비자 수요 위축에 대응하고자 ‘견디기’ 전략에 돌입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지만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운턴(불황)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생산을 축소하거나 캐파(생산능력)를 축소하는 것은 메모리 사업자 입장에서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현재 반도체 업황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 사장은 “PC와 스마트폰 등 수요 둔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서버 고객도 재고조정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올해 말 예상되는 업계의 재고 규모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투자 규모는 10조 원 후반대로 전년 대비 증가하겠지만 내년 투자는 올해의 50% 감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축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도 시황 부진의 장기화와 악화 가능성에 대비한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한계사업 조정 가속화, 필수 경상 투자 이외의 투자와 운영 비용 최소화, 재고 관리 강화, 업황과 연계한 과감하고 탄력적인 운영 전략을 실행해 신속하게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