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증액 등 요청에 "이리 모였으니 강력히 요청해 보라"
기재부·금융위·노동부 원론적 입장 밝혀
"왜 이리 빨리 끝나나, 비공개 회의 해도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정례적으로 주재해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대응 정책을 국민에 설명키 위한 자리지만,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 농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에서부터 국무위원들에게 “너무 긴장하지들 말라”며 “언론 보도를 보니 제가 장관들을 골탕 먹일 질문을 던질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국민과 함께 경청할 테니 편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청하겠다’는 발언처럼 80분 넘게 이어진 회의는 대부분 국무위원들간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밝힌 정책 추진 계획들을 갈무리하며 격려하거나 건설수주액과 유가 간의 상관계수 등 세부내용을 질문했다.
국무위원들의 토론은 기획재정부를 향한 예산 증액과 금융위원회의 금융지원 확대, 주52시간 근로제 완화 요청으로 이어졌는데,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강력하게 요청하라”며 장관들을 거들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각기 해외 건설 수주와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금융지원과 주52시간제 완화를 요청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이렇게 모였으니 기재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에게 부처들의 애로사항을 강력하게 요청해서 세제지원을 이끌어 달라”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근로자들의 건강권 보장 범위 내에서 사업을 잘 할 수 있게 좀 해보라”고 말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특별연장근로 기간 한도를 180일로 늘리고, 올해 일몰하는 근로자 30인 미만 업체 추가연장근로제를 2년 늘리는 입법 추진계획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전 정부부처에 산업 발전과 수출 촉진에 방점을 찍으라는 지시를 내린 연장선에서 전 부처 명칭에 ‘산업부’를 넣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방산과 원전 패키지 수출 촉진을 강조하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방부를 국방산업부로 바꿔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산업부라고 봐야 하고, 국방부는 방위산업부, 국토교통부도 인프라건설산업부가 돼야 한다”며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고 촉진시킨다는, 산업과 수출에 매진하는 부처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부처 이름에 산업부를 붙이며 산업 발전을 위해 일해 달라는 말씀은 그동안 비공개 회의에서 여러 차례 말씀하셨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도 “아까 얘기했지만 모든 부처가 국방부는 방위산업부,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림축산식품산업부, 국토교통부는 규제하는 곳보다는 건설교통산업부,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산업부로 산업 증진과 수출 촉진을 위해 다같이 뛴다는 자세로 일 해주길 당부 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며 “2시간 하기로 하지 않았나. 왜 이렇게 빨리 끝나나”라며 “우리 장관들과 각 부처에서 준비한 전략과 아이디어를 많이 듣고 싶은데 아쉽다. 부족하면 비공개로 더 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 뒤 곧장 퇴장했고 국무위원들도 뒤따라 회의장을 나섰다. 이후 대통령비서진들이 회의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공개회의에 대해 “한 번으로 끝날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향후에도 공개회의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