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랜 기간 총수 역할…개인 성품 영향 시각도
삼성전자는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별도의 행사나 취임사 발표 없이 예정됐던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사건의 1심 재판에 출석했다. 애초 재계에선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에 뉴삼성 메시지와 함께 이 회장의 승진 기념식 등이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 회장은 오전 재판 후 기다리던 취재진에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어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면서 "많은 국민의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이 회장의 '조용한 취임'을 두고 재계에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은 2014년 부친이 쓰러지신 이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오는 등 이미 총수로서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별도의 취임 관련 메시지나 행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 회장은 △미래 성장사업 선정 및 육성 △조직문화 혁신 △노사관계 선진화 △청년 일자리 창출 △CSR 및 상생 프로그램 강화 등을 주도하며 삼성을 이끌어 왔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및 채용 계획 등 10~20년 후 삼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준비도 이 회장 주도로 진행돼 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계열사를 두루 다니며 임직원과 소통하고 회사별 미래 사업을 점검하는 등 오랜 기간 삼성의 총수로서 활동해왔다"며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취임 메시지 등을 내는 것은 현재 삼성의 상황에서는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형식에 매달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 회장 개인의 성품 등도 '조용한 취임'의 배경이라는 시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