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채무불이행)의 여파로 인한 ‘회사채 경색’을 풀기 위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효과는 아직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업계에선 현재 가까스로 숨통을 틔운 수준으로,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는 4조7829억 원 어치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6291억 원)과 9월(6568억 원) 두달 연속 순발행됐던 흐름이 반대로 전환된 것이다.
채권 종류별로 보면 지난달 순발행액은 국채 9조7887억 원, 특수채(한국전력공사·산업은행 등 공공 부문이 발행한 채권) 2조1773억 원, 은행채 1조7600억 원, 지방채 1633억 원 등을 기록했다. 기타금융채는 3조3723억 원 순유출됐다.
레고랜드 ABCP 보증에 나섰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신용에도 디폴트 사태를 불러일으키자 회사채 투심이 대거 위축, 신용 경색이 증폭된 모습이 수치로 드러난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회사채 시장 ‘돈맥경화’ 현상을 풀기 위해 연일 대책을 쏟아내면서 채권시장의 투심 회복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아직까지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분위기다.
금투협에 따르면 회사채 시장의 주요 거래 주체인 기관들(은행·자산운용·보험·종합금융사·기금 등)은 10월 24일부터 28일까지 지난 한주 동안 회사채를 48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전주인 10월 17~21일(634억 원 순매도)와 그전주인 10월 10~14일(2057억 원 순매도)까지 순매도가 이뤄졌던 데서 흐름이 바뀌었다.
회사채 순매수 규모가 늘면서 흐름이 바뀌긴 했지만, 이것만으론 자금경색 문제가 해소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자금 경색 해소를 위해 초단기 매물 집중 매수에 나선 결과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순매수 증가는) 규모가 늘어났다는 것 외에는 어떠한 해석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초단기 채권은 듀레이션 부담이 없으니 많이 살 수 있고 이로써 순매수 규모가 많이 잡힐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패닉만 벗어난 정도”라며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개연성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채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치를 유지 중이다.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전날 기준 신용등급 AA- 기준 5.580%, BBB- 기준 11.424%로 집계됐다. 지난달 21일 5.736%, 11.591%로 고점을 찍은 후 소폭 내려온 상태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정부 대응책과 글로벌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 등으로 투자심리가 일부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 방향성 전환에 강한 확신을 갖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