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실현 가능성은 낮아
미국, 러시아산 석유 제재도 미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석유 기업들이 전쟁으로 수익 내는 걸 중단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책임을 다할 때”라며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초과 이익분에 대해 더 높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 기업에 일명 ‘횡재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미국 석유업체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고유가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엑손모빌은 올 3분기 197억 달러(약 28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동기 대비 3배나 많은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업계의 이 같은 이익 규모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오늘날 그들이 취하고 있는 역사적인 이익 대신 지난 20년간 평균 이익만을 취한다면 현재 휘발유 가격이 50센트 더 내려가 갤런당 3달러 미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횡재세’ 부과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유기업에 세금을 물리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의 의회 통과가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양분하고 있다. 법안 처리를 하려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는 60표가 필요해 공화당에서 최소 10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은 횡재세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
업계 반발도 크다. 미국독립석유사업자협회(IPAA)는 “단기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별로 없다”며 “횡재세는 에너지 투자를 억제하는 근시안적인 처방”이라고 맞섰다.
현실적 어려움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증세를 또다시 들고나온 것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 때문이란 평가다.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에너지 가격을 낮춰야 할 절박성이 반영된 셈이다.
미국은 높은 에너지 가격을 고려해 러시아산 석유 제재도 미루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내달 5일까지 선박에 선적되고 내년 1월 19일까지 목적지에 도착하는 원유는 제재 없이 운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제재 일환으로 내달 5일부터 원유 금수 조치에 들어간다. 러시아 전쟁 자금줄을 차단한다고 벼르던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운송에 잠시나마 숨통을 터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