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코, 제품 가격 17% 인상 후 3분기 순익 20% 급증
물가 상승 요인 완화에도 가격 계속 올려
연준 물가 대응도 어렵게 만들어
지난 1년간 미국 식품 물가는 껑충 뛰었다. 미 노동통계국은 가정 내 식료품 물가가 1년 새 13% 올랐고 외식비가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감자칩 한 봉지는 5.05달러에서 6.05달러(약 8600원)로 올랐고, 달걀 12개 꾸러미는 1.83달러에서 2.90달러로 인상됐다. 1.78달러에 살 수 있었던 2ℓ들이 음료수는 2.17달러를 줘야 한다.
상점 메뉴판 가격 변화도 가파르다. 멕시칸 음식 전문점 치포틀레는 가격을 계속 인상해 올 연말까지 전년 대비 15%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체들은 원재료, 포장비, 임금 등 비용 증가분이 반영된 결과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3분기 실적 분석 결과, 업체들의 비용 상쇄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 요인이 꺾였지만 이를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가격을 더 올렸다.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을 핑계로 소비자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한 결과는 3분기 성적표에 드러났다. 펩시코는 음료와 과자 가격을 전년 동기 대비 17% 인상한 이후 3분기 순이익이 20% 늘었다. 코카콜라도 가격 인상에 힘입어 순익이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치포틀레 역시 순익이 2억57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나 뛰었다.
결국 기업들이 거시경제 상황을 악용해 수익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시민단체 어카운터블유에스의 카일 헤리그 대표는 “최근 실적 발표는 기업들이 가격을 많이 올릴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며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팬데믹, 공급망 차질을 이용해 비용을 부풀리고 소비자들의 돈을 야금야금 뜯어갔다”고 비판했다. 늘어난 비용보다 가격을 더 많이 올려 ‘한몫’ 챙긴 기업들의 행태는 식품업계뿐 아니라 항공사, 호텔 등 다양한 산업에서 나타났다고 NYT는 전했다.
과도한 가격 인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운용까지 어렵게 만든다.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3월 제로금리를 포기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공격적 긴축에도 물가 상승세는 여전하고, 연준의 ‘매파’ 행보로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