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은행 내 준법감시부서 인력과 전문성을 확충하고, 동일부서 장기근무자를 축소해 대규모 횡령 사태 등 사전 방지에 나선다. 사고 취약 업무프로세스도 고도화를 통해 대형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국내은행과 함께 은행권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고 3일 밝혔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내부통제 실패와 이로 인한 거액 금융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우선 준법감시부서 인력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최소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다. 법규상 준법감시부서에 충분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적절한 수의 인력을 지원하게 돼 있으나 실제로는 효율적인 업무수행에 부족한 수준이었다. 이에 준법감시부서 인력은 총 임직원의 0.8%, 15명 이상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소규모 은행(총직원 1500명 이하)의 경우에는 최소비율(1.0%) 및 8명의 인력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전문 분야 석사 이상 소유자나 변호사, 회계사, CFA(재무분석사), FRM(재무위기관리사), CISA(정보시스템감사사) 등 관련 전문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거나, 은행 전문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전문인력 비중도 20% 이상 의무화한다.
준법감시인에 대한 자격요건도 강화한다. 2025년 이후 준법감시인 선임 시에는 현행 금융회사 10년 이상 근무요건 충족에 준법·감사·위험관리·회계·법무·자금세탁 등 관련 업무 종사 경력 2년 이상을 갖춰야 한다.
동일부서에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에서 그동안 대규모 횡령사고 등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장기근무자 비율도 축소할 계획이다. 장기근무자(동일 영업점 3년·동일 본점 부서 5년 초과 근무)는 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할 예정이다.
장기근무자에 대한 인사관리 기준도 마련한다. 승인권자를 기존 부서장에서 인사담당 임원으로 상향하고, 장기근무 승인 시 장기근무 불가피성, 채무·투자현황 확인 등을 통한 사고위험 통제 가능성을 의무적으로 심사하게 된다. 장기근무 승인은 매년 심사를 통해 최대 2회까지만 가능하다.
주요 사고예방조치를 위한 세부 운영기준도 마련한다. 사고위험 직무 수행 등에 대해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고 대직자가 해당 직원의 업무를 점검하는 명령휴가 대상자를 대폭 확대한다. 영업점 직무 위주의 위험직무자를 본점 직무까지 확대하고, 동일부서 장기근무자, 동일직무 2년 이상 근무자도 포함한다.
위험직무자, 장기근무자는 최소 연 1회, 회당 1~3영업일 이상 강제명령 휴가가 의무화된다. 준법감시부서는 매년 명령휴가 실시 현황을 평가해 그 결과를 내부통제위원회에 보고한다.
사고 발생 우려가 큰 단일거래에 대해 복수의 인력 또는 부서가 참여하는 직무분리 제도도 개선한다. 거액 자금·실물거래 및 관리가 수반되는 직무에 대해 원칙적으로 분리하도록 하고, 주요 업무를 구체적으로 열거한다. 또한, 직무분리 대상 업무 등록·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무분리 대상 직무와 담당 직원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내부고발자 제도도 활성화한다. 내규상 실명신고 원칙 문구를 삭제하고, 익명신고 시에도 원칙적으로 조사결과 회신을 의무화한다. 고발 유형을 구분해 유형별 보상방안 마련도 나선다.
사고금액 3억 원 이상 금전사고에 대해서는 내부고발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제재할 예정이다.
이밖에 지점뿐 아니라 본점 부서 업무(기업구조조정·IB·유가증권투자·국제금융 등)도 사고예방대책 마련을 의무화 해야 한다. 임원은 사고예방대책 마련 및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하고, 부점장은 부점단위 내부통제 제도와 정책 실행에 책임을 지게 된다. 임직원들은 수행업무 내부통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진다.
은행은 사고예방대책 준수 여부를 자점감사·명령휴가 검사에 반영하고, 매 분기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고예방대책 교육 시행 및 자기평가를 의무화한다.
사고 취약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고도화 작업도 나선다. 비밀번호를 대체할 인증방식을 도입하고, 시스템 인증수단 관리실태 점검도 강화한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권단 공동자금에 대해 채권단이 자금관리 적정성을 정기 검증하는 절차도 마련한다.
수기 기안문서는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하고, 전자문서시스템 등록 및 문서번호 자동부여도 의무화된다.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혁신방안을 올해 말까지 모범규준에 반영하고, 개별 은행은 업무계획 검토 등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3월 말까지 내규를 개정해 내년 4월 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내년 2분기 은행들의 내규 반영 및 과제 이행준비 상황을 확인하고 정기·수시검사, 금융사고 모니터링 시 혁신방안 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미흡사항에 대해 지속적인 보완을 지도해 나갈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금융사고 검사·상시감독 강화방안을 마련해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며 "법규 개정 등이 필요한 과제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혁신방안이 제대로 이행돼 은행권에 내부통제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