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달린 아이’로 따돌림받던 마다가스카르 청년, 한국서 새 삶 얻어

▲플란지씨와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성공적인 치료를 기념하며 관련 의료진 등과 함께 귀국을 앞두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입 안에 생긴 15cm 이상의 거대 종양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라며 동네에서 따돌림까지 받던 마다가스카르의 한 청년이 한국을 찾아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최종우 성형외과 교수팀은 마다가스카르의 청년 플란지(22) 씨의 거대세포육아종을 제거하고 아래턱 재건 및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최근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플란지씨는 8살 때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겼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0여 년간 방치했다. 염증은 거대세포육아종으로 진행되며 점차 커졌다. 거대세포육아종은 100만 명당 한 명에게 발병한다고 알려진 만큼 희귀한 질환이다. 초기엔 약물로도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플란지씨의 경우 오랜 기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라며 따돌림받던 청년 플란지씨의 수술 전과 수술 후 비교 사진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플란지씨는 종양으로 인해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대화하는 것도 점차 힘들어졌고, 종양을 만지거나 잘못 부딪히면 출혈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친구들은 플란지씨를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 ‘귀신 들린 아이’라며 따돌리기 시작해 플란지씨는 다니던 학교까지 중퇴하게 됐다.

그러던 중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이재훈 의사가 2021년 초 우연히 플란지씨를 발견하게 됐다. 이 의사는 플란지씨의 거대한 종양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치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수술이 가능한 한국의 의료기관을 수소문했고, 서울아산병원이 이에 흔쾌히 응했다. 이재훈 의사는 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선정한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서울아산병원과 인연이 있다.

플란지씨는 한국을 가기 위해 약 1년간의 입국 절차를 준비했고, 지난 8월 31일 20시간의 비행을 거쳐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은 플란지씨의 거대육아세포종을 제거하고, 종양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던 아래턱을 종아리뼈를 이용해 재건했다. 또 종양 때문에 늘어나 있던 입과 입술을 정상적인 크기로 교정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8시간이 넘는 대수술이었다.

플란지씨는 “치료할 수 없다고 포기한 내 얼굴을 평범하게 만들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수술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 꿈이 생겼다.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우 교수는 “다년간의 안면기형 치료 경험으로 노하우를 쌓아왔지만, 플란지씨의 경우,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여서 전신마취를 잘 견딜지부터가 걱정이었다. 종양 크기도 생각보다 거대해 염려가 컸다”면서 “잘 버텨줘 건강하게 퇴원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다. 안면기형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극복해 앞으로는 자신감과 미소로 가득한 인생을 그려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플란지씨의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