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공시와 다른 유통량 문제 반복 발생
발행량ㆍ유통 계획ㆍ소각량 등 공개, 법적 의무 없어
거래 지원 중지ㆍ거래 유의 종목 지정, 제재 수단 유일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가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시가총액 6400억 원에 달하는 위믹스는 사전에 공시한 유통량보다 시장에서 더 많은 양의 위믹스가 유통되면서 투자자 혼란을 초래했다. 주식시장과 달리 제대로 된 공시 시스템이 부재하단 점이 반복되자,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는 법안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공시와 다른 유통량 문제가 반복됐다. 국내에서는 △코스모체인(COSM) △피카(PICA) △바나나톡(BNA) △베라시티(VRA) △밀리미터토큰(MM) △무비블록(MBL) 등이 유통량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에 위믹스가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발행사 위메이드가 국내 주요 게임사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데다가, 위믹스의 거래 규모와 유통량 차이가 사상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4시 위믹스의 시가총액은 6380억 원을 넘는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결정은 DAXA(거래소 협의체)가 내리는 것이지만, 이번 문제는 결국 위믹스에 대한 거래소의 신뢰가 깨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의 실시간 유통량은 가격과 직결된 중요한 요인이다. 토큰을 발행하는 프로젝트 재단은 백서 등을 발행해 발행량과 유통 계획·소각량 등을 공개하지만, 법적 의무가 없어 공시에 있어 시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개별 지갑을 통해 유통량을 확인할 수 있으나, 프로젝트가 투명하게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개인 투자자로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증시와 달리 거래소에서도 수십~수백 개에 달하는 상장 코인을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은 갖추지 않고 있다.
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는 “거래소가 프로젝트 재단의 지갑을 갖고 있느냐가 첫 번째인데, 만약에 이를 거래소에 다 알려주지 않았으면 (유통량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재단이 지갑 정보를 다 알려줬다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검사는 할 수 있어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시간 유통량 검증이 품이 많이 들지만 “시스템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국내 가상자산 분석 플랫폼 쟁글은 빠르면 다음 달 혹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실시간 유통량 모니터링 서비스 ‘라이브 워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더리움과 클레이튼을 시작으로 점차 커버리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또 가상자산은 증시와 달리 불성실 공시가 발생할 경우, ‘거래 지원 중지’ 혹은 ‘거래 유의 종목 지정’ 외에 아직 뚜렷한 제재 수단이 없다. 자본시장법은 증시의 발행 공시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지만, 가상자산은 이를 규율하는 법안이 없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아직 논의 중이다.
지난달 3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디지털 자산 기본법)에는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하거나 이익 또는 손실액의 3배수 이상 벌금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 위원을 맡은 전인태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자산의 증권성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고, 해외 규제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법 통과가 먼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