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6세로 이제 막 ‘노인’이 된 임모 씨.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한 원룸에서 관리소장 일을 하고 있는 그는 헛헛한 마음을 이렇게 토로했다. 그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원룸 관리 업무를 하면서 받는 급여는 월 192만 원이다.
중학생 때 사고로 왼쪽 다리가 불편한 임 씨는 3급 지체장애인이기도 하다.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다리가 불편한 상태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래서 선택한 직업이 재단사였다. 맞춤 양복집에서 재단사로 20년 가까이 일했지만, 점차 손님이 줄어들면서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그때 임 씨의 나이는 불과 마흔 살. 그는 온갖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6년 전부터 원룸 관리 일을 하고 있다.
‘비자발적’으로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당장 돈벌이가 없으면 생계에 위협을 받는 탓에 열악한 근무조건도 감내하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살펴보면, 한국의 노인 노동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에 29.7%였는데 지난해는 36.3%까지 늘었다. 노인 고용률은 지난해 34.9%에 이른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 이상은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도 비슷하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용률은 2010년 29%에서 2020년 34.1%로 증가했다.
이처럼 갈수록 ‘현역’처럼 일하는 노인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년층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 은퇴 후 무료한 삶을 달래기 위한 가벼운 노동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생계를 위해서 필사적으로 일터에 나가야 하는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지난 4월 통계청의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보고서’에 따르면 18~65세 빈곤율 대비 66세 이상 빈곤율로 측정한 국내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 위험도는 367.8%로 집계됐다. OECD 기준 우리나라 66~75세 빈곤율도 34.6%로 1위다.
노인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도 문제다. 이들은 대개 임시근로자나 영세자영업자 등으로 일한다. 특히 60세 이상 노동자는 아주 짧은 시간 혹은 아주 긴 시간 일하는 극단적인 노동환경에 분포된 경우가 많다. 임시근로자는 주로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이고, 영세자영업자는 주 52시간 초과 노동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여전히 노동 현장에 머무는 이유는 한 개인의 특별한 불행이 아니다. 임 씨처럼 과거에는 ‘잘나가던’ 산업이 무너지면서 일자리를 잃고, 그때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며 저축할 수 없는 구조적 환경에 놓인 경우가 많아서다.
생계를 위해 황혼까지 일을 놓지 못하는 '현역 노인'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노인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장기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장에서 노인 일자리가 빈곤해소에 이바지하려면 임금수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