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낮아보이는 착시로 상승…기업가치 변동無 결국 제자리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무상증자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는 무상증자 테마주의 상한가 기록 비율이 예년보다 급증하고 있어 투자자 피해도 우려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무상증자 결정 공시를 낸 곳만 약 40곳에 달한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 기준 올해 상반기 무상증자 발행규모는 52개사 5억271만 주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회사수는 37.3% 감소했고, 주식수는 45.8% 줄었다.
그러나 무상증자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비율은 급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5~2021년 무상증자 주식의 상한가 비율은 전체 상장주식 상한가 비율의 1.7배(2015년)에서 5.7배(2021년)까지 높았는데, 올해는 15.4배로 급등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무상증자 발표 기업이 상한가를 기록한 횟수는 40번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전체 기록인 39회를 넘어섰다.
코스닥기업 아이씨에이치는 무상증자 권리락 효과에 지난 3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같은날 무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티엘비는 13.30%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기업 노터스는 올해 5월 9일 무상증자 발표시점부터 6월 9일까지 7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의 무상증자 주식은 공시 직후 주가가 급등하며 정치테마주와 유사한 과열 현상을 빚고 있다. 특히, 무상증자 테마주 현상을 주도하는 상장기업들은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신주배정수를 유례없는 수준으로 높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상장 1년 이하 무상증자 기업들은 2015~2019년 평균적으로 1주당 신주 1.13주를 배정했으나 올해는 2.58주(최대 8주)로 신주배정수를 대폭 늘렸다. 신주배정수가 많을수록 권리락일 시초가 하락 조정 폭이 커지는데 이렇게 되면 주가가 싸졌다고 착각한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는 착시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무상증자는 유상증자와 달리 외부자본이 회사에 유입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 회사의 자본총계를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주로 자본잉여금과 자본금 계정 간 금액만 바뀔 뿐, 회사의 자본총계는 변화가 없다. 무상증자 비율이 높아도 기업가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권리락 이후 주가가 낮아 보이는 착시 효과로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를 순 있지만, 기업가치에 변동이 없다면 결국 주가는 다시 무상증자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과 금융당국은 무상증자 증가 현상이 상당수 개인 투자자의 관심 유도를 통한 단기적 주가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주주환원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경고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무상증자 과열은 기업 경영상의 합리적 결정보다는 개인투자자의 유입을 목적으로 한 무상증자 남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기업의 실질가치 변동이 없음에도 무상증자 가능성 또는 결정 사실만을 근거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