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국민연금공단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가 심의ㆍ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제치고 대표소송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권한위임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국민연금 지배구조와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선방안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기금위를 민간 투자ㆍ금융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해 정책 결정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구체적인 기금운용에 수반되는 주주권 행사는 기금을 직접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에서 책임지고 결정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연금개혁을 유인하려면 재정안정성 확보라는 분명한 정책 목표 아래 각 사회적 주체의 균형 있는 양보를 통한 패키지형 연금개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수탁자책임 활동’에 대한 발제자들의 발표가 진행됐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결여된 국민연금 지배구조와 기금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수탁자책임 활동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인사를 배제하고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기금위를 개편해야 하며 수책위는 자문기구의 역할만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평 김앤장 변호사는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과 관련한 법적 이슈에 대해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대표소송의 경우 국민연금과 대상기업에 대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기금위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 채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수책위가 대리인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이중의 대리인 비용을 물게 되며 기금운용의 전문성 확보를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경영 개입한 기업의 실적 악화는 해당 기업의 경영진뿐 아니라 업무집행관여자로서 국민연금 담당자 역시 대표소송과 같은 민사책임은 물론이고 각종 형사책임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수책위 결정에 따른 경영 개입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국민연금이든 대상기업이든 스스로 법적 분쟁의 위험을 회피하는 방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주주권 행사는 투자자의 당연한 권리이기는 하나 정부가 기금운용 거버넌스를 주도하면서 대표소송 결정권만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된 수책위에 부여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법상 기금위 안건을 사전 검토ㆍ심의하는 기구인 수책위가 기금위에 대한 자문을 넘어 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대신해 대표소송 등 주주권 행사를 직접 결정하는 것은 명백한 행정조직 법정주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손 팀장은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이 상위 법령에 규정된 각 기관의 책임과 권한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정부 스스로가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