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매수와 고점 레벨 피로감에 따른 역외세력 포지션 청산
연말환율, 강달러 기조 여전 1400원 위 vs 금리인상기 끝물 1350원대
원·달러 환율이 이틀연속 1%대 급락세를 보이며 2개월만에 1300원대로 내려앉았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6.3원(1.16%) 떨어진 1384.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9월13일(1373.6원) 이후 최저치다. 장중에는 1383.7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전날에도 원·달러 환율은 18.0원(1.27%) 떨어진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5일 장중 1444.2원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16일(장중 1488.5원)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추세 전환한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8일(현지시간)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재정긴축을 옹호하고 있는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무상보육을 포함한 일명 ‘미국가족계획(American Family Plan)’ 등 상당수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밤사이 나온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보고서에서 연준(Fed) 통화정책 스탠스는 5.25% 금리만큼 긴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것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연준의 피봇(Pivot·정책금리 인상기조 선회) 기대감이 재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확산했다.
수급적으로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는 점이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9월29일부터 8일까지 단 이틀을 제외하고 순매수를 지속 중이다. 같은기간 외인의 순매수 규모는 5조3300억원에 달한다.
1440원대 고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이 이후 7거래일연속 1420원선에서 횡보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고점에 대한 피로감으로 역외세력을 중심으로 포지션 청산을 위한 달러매도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반면, 향후 환율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연말까지 1400원대로 다시 올라 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1350원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를 하락시킨 재료들은 대부분 새로운 변수가 아니다. 12월 연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도 남아있는 만큼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중국발 훈풍도 기대하기 어렵다. 원·달러는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며 “연말 환율은 1400원 위에서 종가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연준 금리인상 사이클도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연말까지 환율은 1350원대에서 1450원대 사이를 보일 것”이라며 “경기침체 등 달러 매수심리가 한꺼번에 유입되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 방향은 아래쪽”이라고 예상했다. 또 “우선 미국 10월 소비자물가(CPI) 지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통상 8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임대료가 8개월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예상에 부합할 경우 원·달러가 하락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27.25포인트(1.15%) 급등한 2399.04에, 코스닥은 12.85포인트(1.83%) 상승한 713.33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각각 9월15일(2401.83)과 9월23일(729.36) 이후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