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가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짜릿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키움 히어로즈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승부가 뒤집힌 건 무사 1, 3루 상황이었습니다. 대타로 나온 김강민은 최원태가 던진 3구째 배트를 돌렸고, 가볍게 때린 타구는 하늘을 지나 홈팬들이 환호하는 관중석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끝내기 3점 홈런으로 2-4에서 5-4, 단숨에 SSG의 역전승이 기록됐습니다.
경기장을 방문한 SSG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홈런이 터지자 격하게 환호했습니다. 이 장면이 전광판으로 송출되자 홈팬들도 열광했죠. 경기 후 한동안 SSG 팬들이 육성으로 부른 ‘김강민 응원가’가 랜더스필드에 울려 퍼졌습니다.
김강민의 홈런을 앞세운 SSG는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앞서가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습니다.
정 부회장이 랜더스 경기를 현장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정규 시즌에도 홈 경기에 줄곧 참석하며, 홈에서 치러지는 이번 한국시리즈 경기는 모두 방문해 ‘직관’하고 있습니다. 이날 5차전 역시 특별한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일찌감치 찾았고, 허구연 KBO 총재와 대화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과 언론사 카메라를 통해 잡히기도 했죠.
정 부회장은 지난해 SK그룹(SK와이번스)으로부터 1352억 원에 야구단을 인수, SSG 랜더스를 창단한 후 각별한 관심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추신수, 김광현 같은 톱클래스 선수를 영입했으며, 클럽하우스에 40억 원을 들여 전면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여기에 굿즈 출시와 행사를 진행하며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죠.
SNS 등을 통해 야구 팬들과 소통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5차전을 직관하기 위해 야구장으로 가는 길, 유니폼을 착용한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출격 준비 중’이라고 팬들과 소통했는데요. 한 팬이 ‘형, 포수 좀 어떻게 해줘요’라고 남긴 댓글에 직접 ‘기다려보세요’라는 답글을 남겼습니다. 포수 보강을 바라는 팬에게 구단주로서 직접 고민하고 있다는 모습을 내비친 것입니다.
전례 없는 ‘재벌 행보’는 구단의 성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정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로 SSG는 창단 2년 만에 KBO리그 사상 최초로 개막전부터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궜습니다. 올해 총 관중 수도 98만 1546명으로 전체 구단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인천을 연고로 한 구단으로선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른 구단의 경우는 어떨까요.
먼저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은 거대한 스케일의 투자로 경쟁 그룹과 격차를 벌리는 방식으로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놨습니다. 이 전 회장의 ‘일등주의’는 야구단에도 투영됐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삼성 라이온즈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시리즈에서 7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삼성라이온즈 창단 당시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직접 구단주를 맡으며 구단에 큰 애착을 보였습니다.
야구에 대한 애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내리사랑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회장은 어린 시절에 김시진 삼성 라이온즈 투수와 캐치볼을 하고, 야구장에서 시구도 했다고 합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라이온즈 경기를 7회 관람했는데, 이 기간 삼성라이온즈가 5번 승리하며 그가 야구장을 가면 승리한다는 공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를 이룩한 ‘최강 삼성’, ‘삼성 왕조’였지만, 수년 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2015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주요 선수들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에 연루되고, 제일기획에 피인수되면서 투자가 축소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지난 8월에는 허삼영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인해 자진 사퇴했고, 구단 역사상 최다 불명예 기록인 ‘13연패’ 수모도 겪었습니다. ‘스케치북 검열’ 사태로 팬들의 거센 원성을 사기도 했죠. 삼성라이온즈는 올해 정규시즌 7위에 그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고배를 마셨습니다. ‘삼성 왕조’를 회복하기는커녕 암흑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습니다. 삼성 팬들이 이 회장의 구원투수 등판을 애타게 외치고 있지만, 이 회장은 사면 후 그룹 미래를 위해 국내외로 동분서주하는 중이라 그라운드를 찾을 여력은 부족해 보입니다.
이번 정규시즌에서 8위를 기록하며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고전한 롯데 자이언츠는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휘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달 롯데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롯데 자이언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90억 원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주 균등 배정 방식으로 롯데지주가 보통주 196만 4839주를 주당 9670원에 취득한 것인데요, 이번 증자로 롯데 자이언츠는 부채 비율 개선과 이자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향후 투자 및 시즌 운영 자금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팀의 간판 선발 투수인 박세웅과 FA에 준하는 다년 계약(5년 총액 90억 원)을 구단 최초로 체결했습니다. 취약 포지션에 대해서는 외부 영입을 검토하며 전력 강화를 꾀하며, 2군 구장인 상동야구장의 인조 잔디를 교체, 흙을 포설하는 등 그라운드 정비를 통해 2군 선수들의 1군 적응력 향상도 도모했습니다.
신 회장의 야구장 방문도 잦아졌습니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7년여 만에 부산 사직야구장을 찾은 데 이어 지난달 부산 사직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때 신 회장은 LG트윈스와의 경기를 관람하고 은퇴식을 맞은 이대호 선수와 아내 신혜정 씨에게 ‘10번’ 영구결번 반지를 선물하기도 했죠.
선수 계약 및 영입, 경기력 강화 등 구단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신 회장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신동빈 회장이 ‘열등생’ 롯데자이언츠에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은 정용진 회장 때문이란 해석이 우세합니다.
SSG 랜더스는 계열사를 총동원해 우승을 환영, 각종 스포츠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인천 SSG랜더스필더에는 노브랜드 버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NBB DAY(노브랜드 버거 데이)’ 이벤트를 개최하는가 하면, 한정판 ‘랜더스페셜 버거’로 인기를 얻어 ‘크레이지 레드해쉬’라는 정식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 이마트24 등 계열 브랜드 매장을 한데 모아 놓으니 매출은 증대했고, 홍보 효과도 톡톡히 얻었습니다.
SSG닷컴에서는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시작부터 구단과 연계한 다양한 마케팅이 진행됐습니다. 지난 4월에는 ‘랜더스데이’ 그룹사 공동 프로모션을 실시했는데요, 4월 2일부터 4일까지 SSG닷컴 매출은 전주 동기 대비 40% 늘었고 방문객 수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승에 열광한 팬들을 각종 프로모션으로 이끌며 ‘락인 효과(Lock-in effect)’까지 얻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 회장 역시 전폭적인 지원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력을 향상한 뒤, 관련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프로야구 구단 운영과 관련 마케팅 사업은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 제고를 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영업 전략인 셈입니다.
SSG 랜더스, 키움 히어로즈의 6차전은 오늘(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립니다. 앞서 극적인 승리로 주도권을 쥔 SSG.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에서 ‘굳히기’에 돌입하면 우승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KT 위즈와 LG 트윈스를 차례로 꺾고 올라온 키움이 한국시리즈에서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앞세워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보여주면서, 승리를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