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서울시와 함께 과밀 해소 대책 수립 중”
9일 오전 8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승강장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은 지하철 안전요원이 이같이 외치자 이미 만원인 지하철을 타려던 시민들이 멈춰 섰다. 승강장에서 출입구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시민들이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 지하철이 들어서면 앞사람과 밀착했던 경우가 빈번했지만, 스크린도어 앞에서도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로 출퇴근길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일부 역사에는 안전요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민들도 무리해서 지하철을 타거나 서로를 미는 행동도 자제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더욱 실질적인 대책 마련도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출퇴근 시간대에 19개 역사에 10명씩 추가로 인력을 투입해 혼잡 해소를 위한 대책 시행하고 있다. 기존에 통제했던 안전요원과 지하철경찰대 등의 인원을 고려하면 주요 26개 역에 총 260~270명의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
이날 홍대입구역 출근길 지하철은 평소와 같이 붐비긴 했지만, 참사 이후 시민들은 지하철이 다소 한산해졌다는 반응이었다. 김지연(25) 씨는 “평소라면 줄을 서도 지하철이 들어오면 앞으로 조금씩 밀거나 무리해서 타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지난주부터 안내도 해주셔서 그런지 조금은 한산해진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안전요원이 추가로 투입된 19개 역사는 신도림, 사당, 종로3가, 홍대입구, 교대, 시청 등으로 이들 역은 환승이나 수송 인원, 역사 구조 등을 고려해 지정됐다. 안전요원들은 출퇴근시간대 승강장, 환승 통로, 계단 등에서 승객 흐름을 통제하거나 질서유지 확보 및 승하차 인원 밀집도 분산 유도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지난해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9호선 노량진역은 혼잡도 185%, 4호선 한성대입구 150%, 2호선 방배역 149% 기록했다. 열차 혼잡도가 150% 이상을 넘으면 열차 내에서 몸을 움직이기가 불편한 수준이 된다.
실제 이날 오전 8시 30분께 노량진 방면으로 이동하는 9호선 당산역에는 승강장 앞이 꽉 찰 정도로 엄청나게 붐비는 모습이었다. 9호선도 마찬가지로 안전요원들이 “문 닫힙니다. 그만 타세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스크린도어 문이 닫히려는 찰나에 열차를 타려던 한 시민은 안전요원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명종(가명·32) 씨는 “지금 타야 직장에 10분 일찍 도착할 수 있어서 제가 좀 무리하게 타기도 했다”며 “내일은 좀 더 빨리 나와야겠다”고 전했다.
9호선 안전요원은 “대체로 문 닫힙니다, 그만 타셔야 한다고 말하면 안 타고 기다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출근 시간이 임박해서는 소용없는 경우도 있어서 한계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9호선 관계자는 “2015년부터 혼잡한 역사에 안전요원을 투입해 현재는 15명 정도가 담당한다”라며 “참사 이후 서울시와 함께 안전요원 추가 투입을 위해서 계획을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는 공사와 함께 혼잡도 높은 지하철 역사를 중심으로 승객 이동 동선과 대피 공간 확보, 출퇴근 혼잡 및 승객 안전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CCTV 설치, 안전 요원 상시 배치 등의 대책 수립을 논의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서울시와 함께 논의 중인 대책이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추가 인력을 투입했다“며 ”현재 시와 함께 9호선, 김포골드라인 등도 같이 대책 마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혼잡으로 인한 또 다른 사고를 유발하지 않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자신이 움직이는데 제약이 있거나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상황 자체에서 빠져나오거나, 과도하게 밀집이 된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피하는 게 맞다”라며 “특히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게끔 예방적인 조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1~4호선 지하철의 노후화와 이용객 증가에 따른 공간 협소 등의 문제로 인해 지하철 역사나 객차 내에서 화재, 가스누출, 테러 등으로 인한 압사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서울메트로나 코레일 등 지하철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재난대응역량과 협력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