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상 CCTV 영상과 사진 등 직접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가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까요? 인사노무 전문 변호사로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피해자를 변호한 경험이 많은 송태근 법무법인 청성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Q: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상급자와 저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더 불편합니다.
A: 직장 내 성희롱은 일반 성희롱보다 그 피해의 정도가 큽니다. 정신적 고통은 물론 직장 내 불이익, 괴롭힘 등 2차, 3차 피해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회사가 사건을 은폐하거나 가해자 처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더 문제가 커지기도 합니다.
Q: 신고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대화 녹취록이나 CCTV 영상 등 피해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습니다.
A: 괜찮습니다. 직접증거가 없어도 객관적인 간접, 정황 증거가 있다면 가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Q: 간접증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주변에 피해사실을 알리거나 상담 받아 기록을 남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뢰할 만한 지인이나 가족 등에게 당시 상황을 상담하세요.
Q: 저의 주변에는 알리고 싶지 않아요.
A: 성범죄 피해자를 도와주는 국가기관이 많으니 이런 곳에서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증거 수집과 별개로, 피해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상담을 받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피해 사실을 마음속에 쌓아두면 병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Q: 피해를 입은 사실을 메모로 남겨둔 게 있는데 도움이 될까요?
A: 휴대전화 메모장 등에 당시 상황과 심정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도 객관적 증거를 남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제가 담당했던 사건에서 피해자가 비공개 개인 블로그에 피해사실을 상세하게 적어두셨는데요. 가해사실 인정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Q: 마침 제가 블로그에 남긴 글이 있어요. 기억을 더듬어서 내용을 수정하고 보강해야겠습니다.
A: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작성 날짜가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계속 글을 썼다 지웠다 하는 것보다는 여러 글을 자주 작성하는 것이 더 객관적인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Q: 저를 성희롱한 상사는 그날의 일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의 말이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A: 성희롱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를 인정을 하거나 사과를 하는 내용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통화 내용을 확보하세요. 중요한 객관적 증거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아무래도 같은 직장 내 상사인 만큼 조심스럽습니다.
A: 피해자가 직접 연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지인이나 가족 등이 피해자 대신 가해자에게 연락해 증거를 확보하는 방안도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