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공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추진을 위해 이해당사자인 의료·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정책위 주최로 열린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토론회에서 “실손비서의 공급자인 의료계와 수요자 대표인 소비자단체가 직접 머리를 맞대 논의를 진행하고 합의 내용을 의회가 받아 법안으로 만드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환자가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자동으로 전산으로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자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관리하도록 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없애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윤 의원은 “제도 도입의 주도권을 의사, 병원 관계자, 소비자단체 등 전문가 그룹에 위임하는 8자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의협 추천 소비자단체, 금융위 추천 소비자단체,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성림 성균관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손보험금 청구실태 소비자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4월 20세 이상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상대로 한 온라인 설문에서 응답자의 72.1%는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96.7%는 종이 서류로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고 청구 경험자의 56.4%는 청구 방식이 불편하다고 했다.
청구 간소화 방안과 관련해 응답자의 86%는 증빙자료의 전자전송시스템 활용에 찬성했고, 77%는 의료이용 전자정보 관리기관으로서 공공기관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청구 절차 효율화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향해 이성림 교수는 “업무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한다”며 “소비자의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엔 찬성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해 의료기관에 보험사로의 청구를 강제화하는 법엔 찬성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핀테크 업체가 이미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보 집적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심평원 등 공공기관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고 정보 집적과 심사기전이 없이 민간 주도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실손보험금의 청구 전산화는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것으로 소비자와 의료계, 보험사 모두에 이익 되는 제도”라며 “△개인정보 보호 △이용 편의성 △안정성 △지속성 △비용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청구 전산화를 위한 중계기관은 심평원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 신상훈 보험과장은 의협이 중계기관 심평원 지정은 안되지만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자체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긍정 평가했다.
신 과장은 “현재 정부 내 디지털플랫폼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와 별개로 금융위, 의료계, 보험업계가 참여하는 논의를 촉진할 것”이라며 “의협은 민간보험사가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하고 보험료 인상을 통해 신의료기술이나 비급여 의료를 활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실손의료보험이 신의료기술이나 비급여 의료 성장에 기여한 부분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