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임명에 있어서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개입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통제해야 할 문제인 만큼 이사회 절차 자체의 투명성이나 합리성, 후임자 물색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에게 CEO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 CEO들의 의사 결정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졌다. 수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 금융기관의 현황이나 규모, 운영방식이 고도화되고 선진화됐는데, 발전된 기준에 맞게 더 수준 높은 기준을 마련해 CEO 선임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원장의 발언은 다수의 금융지주그룹 회장이 사임하거나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나온 만큼 주목받았다.
우선 '자녀 특혜 의혹'에 휩싸인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7일 자진 사임하면서 새 수장 선임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BNK금융지주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회장 직무대행 선임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변경, 경영승계 절차 개시 등 안건을 논의했다.
NH농협금융지주도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손병환 회장 자리를 놓고 14일 임추위에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NH농협금융은 이날 임추위 회의를 시작으로 지배구조 내부 규정에 따라 40일 이내에 회장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이 원장의 발언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 원장은 최근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문책 경고)를 받은 손태승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원장은 '당시 손태승 회장을 향한 메시지가 연임 반대를 권고한 것이냐'는 질문에 "소위 외압이나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라며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이나 향후 선진금융으로 도약할 해당 금융기관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좋은 판단을 내려달라는 의미였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은 징계 결정에 소송을 내지 않게 되면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그룹의 사외이사 구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사외이사는 특정 직군이나 그룹에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게 구성함으로써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여 달라"며 "사외이사 임기도 특정 시기에 과도하게 겹치지 않게 해 이사회가 안정적이면서도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위기의 경제·금융시장에 대해서는 금융지주그룹이 건전성을 확고히 유지하면서 자금중개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위기대응전략을 꼼꼼히 챙겨 달라고 했다.
특히 이 원장은 "경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시기에는 금융지주그룹이 위기 상황에도 충분한 손실흡수능력과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손충당금 적립, 자본관리, 자금 조달·운영 전략을 신중하고 세심하게 수립·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 그는 "올해 들어 금융권 전반에서 내부통제 미흡으로 인한 대형 금융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며 "앞으로도 유사한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사회 차원에서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