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구 대표팀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이 8%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조로 묶인 가나(피파랭킹 61위)에게 마저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캡틴’ 손흥민은 안와 골절을 당해 수술을 받았고, ‘수비 기둥’인 김민재는 최근 9경기 연속 풀 타임을 뛰면서 지칠 대로 지쳐있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젊은 피’ 이강인, 황의찬, 정우영 등이 투지를 다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오는 24일 치러지는 우르과이와의 첫 경기에서 무승부만 끌어내도, 16강 진출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13일 스포츠 통계 전문 업체 옵타가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8%로 평가했다. 한국이 속한 H조 예선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할 확률은 9.4%, 2위에 오를 가능성은 19.7%로 예상했다. 1위 확률로 보면 포르투갈이 55.7%로 가장 높았고 우루과이 26.9%, 가나 8% 순으로 우리나라가 세 번째였다. 해당 통계대로라면 한국은 3위로 16강 진출이 무산된다.
옵타는 “손흥민(30·토트넘)이 뛰지 못하는 한국이 16강에 오를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한국의 월드컵 통산 승리 6승(9무 19패)의 절반은 2002년 대회에서 나왔다”며 “본선 30경기 이상을 치른 22개 나라 가운데 한국이 최저 승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옵타 전망에서 우승 후보 1순위는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이 우승할 확률이 16.3%로 가장 높았고 아르헨티나(13.1%), 프랑스(12%), 스페인(8.9%), 잉글랜드(8.8%) 순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우승 확률은 뜻밖에도 개최국 카타르가 0.3%로 가장 높았고, 한국과 일본이 0.2%, 호주와 이란 0.1%, 사우디아라비아 0%로 전망했다.
심지어 한국을 조별 꼴찌로 꼽은 예상치도 나왔다. 영국의 기업 전문 보험업체 로이드는 한국은 H조에서 최하위로 전망했다. 여기서도 H조의 16강 진출국은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로 예측했다.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14일 유력 우승 후보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프랑스를 선정하면서 ‘가능성 큰 팀’, ‘언더독 팀’, ‘기적이 일어나야 월드컵 우승 가능 팀’, ‘확률조차 없는 팀’을 나눠 발표했다. ‘기적이 있어야 하는 팀’ 9개국 중 일본이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확률조차 없는 팀’에 뽑혔다. 일본보다 한국의 우승 가능성이 더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악재는 손흥민의 부상이다.
손흥민은 2일 마르세유와의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 과정에서 얼굴을 부딪쳐 안와골절을 당했고 4일 수술을 받았다. 손흥민의 요청으로 수술도 1~2일 빠르게 진행됐다. 월드컵 출전일까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손흥민은 수술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2년여의 세월 동안 여러분들이 참고 견디며 써오신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 경기에서 쓰게 될 저의 마스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라며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고 강한 출전 의지를 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공개한 최종 엔트리에는 어김없이 손흥민이 올랐다. 부상회복의 변수는 있지만, 손흥민이 대표팀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엔트리 발표 직전까지 발탁 여부를 두고 관심이 쏠렸던 이강인의 합류도 손흥민의 부상을 염두에 뒀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벤투 감독은 이 같은 결정에 “손흥민의 상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그동안 여러 부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 선발했다. 기술이 좋은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수비팀의 기둥인 김민재(25·나폴리)의 체력도 걱정이다. 월드컵 직전 경기인 12일 우디세네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팀이 3-1로 쫓기던 후반 37분 상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겼고, 이 상황은 그대로 추가 실점이 됐다. 다행히 나폴리는 점수를 그대로 유지하며 승점 3점을 따냈다. 김민재는 자신의 실수가 실점까지 이어지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팀 동료와 팬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 동료들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실수는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다음엔 내가 팀을 더 잘 돕겠다”라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사실 이번 실수는 김민재의 부족한 휴식 탓이다. 나폴리가 치른 21경기 중 20경기를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김민재의 체력 회복 여부도 16강 진출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여러 평가에도 벤투 감독과 대표팀은 16강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카타르로 떠나기 전 벤투 감독은 인터뷰에서 “참가하게 돼 즐겁고, 최선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겠다”며 “모든 것을 다해 팬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