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험생들은 고득점을 위한 ‘마지막 스퍼트’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올해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1791명 감소한 50만 8030명이 지원했습니다. 전체 응시자 수는 줄었지만, ‘N수생’(졸업생+검정고시생 ) 비율이 30%를 넘겨 녹록지 않은 경쟁이 예상됩니다.
상아탑을 향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피나는 노력,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학구열이죠.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슈룹’을 통해 등용문의 역사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필기시험은 신라 38대 왕인 원성왕 때라 할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원성왕 4년(788년)에는 ‘독서삼품과’를 통해 벼슬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골품에 연연하지 않고 인재를 뽑으려던 원성왕의 독서삼품과는 귀족들의 반발로 실패에 그치죠. 이후 고려 광종 9년(958년)에 당나라 제도를 참고해 과거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귀화인 쌍기의 건의로 최초 시행된 후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속됐다고 합니다.
고려 시대의 과거 제도는 조선 시대로 이어졌습니다. 드라마 ‘슈룹’은 퓨전 사극이지만, 치열했던 조선의 학구열을 내비치는데요.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중전 화령(김혜수 분)과 후궁들의 배동 선발을 향한 자녀 교육 열기는 오늘날의 학부모에 뒤지지 않습니다. 과외 교사를 구하거나 머리에 좋다는 민간요법을 동원하고, 아들의 시험을 위해 직접 공부해서 예상 문제와 답안을 만들기도 하죠.
실로 조선 시대 왕족들은 학업에 과중한 책임이 있었습니다. 군주는 궁궐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당시 사람들의 관념이었기에, 임금은 끝없이 공부에 매진해야 했죠. 임금이 관료들과 ‘사서삼경’ 같은 유교 경전이나 역사서를 읽고 해설하며 토론을 벌이는 ‘경연’은 원칙상 하루에 세 번,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열렸습니다.
다만 왕족은 관직 취득을 목표로 하는 과거 시험에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관직을 나눠주는 입장에 있는 왕실의 일원들이었기 때문이죠.
조선의 과거 제도는 문과, 무과, 잡과로 나뉩니다. 문관이 되기 위해서는 문과에, 무관이 되기 위해서는 무과에, 통역관·의사 등 기술직 중인이 되기 위해서는 잡과에 응시해야 했습니다. 과거제의 가장 중요한 시험은 문신을 뽑는 문과(대과)였는데요. 문과 응시 자격시험이라고 볼 수 있는 두 단계의 생원시(진사시)를 통과하면 성균관에서 공부할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이곳에서 일정 기간 수업받은 후 비로소 문과 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또 문과 시험에는 초시와 복시가 있는데, 이들 모두 초장·중장·종장 등 세 단계로 나뉘어 6개의 시험으로 구성되며, 여기에 모두 통과해야만 마지막으로 임금 앞에서 치르는 최종 시험인 전시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길고 복잡한 시험 과정 때문에 ‘N수’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최고령 합격자인 정순교는 85세가 되는 고종 27년(1890년)에 과거에 합격했습니다. 이황은 3번이나 낙방한 반면, 이이는 9번의 장원급제로 ‘구도장원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국가 대사, 수능은 성적 백분위에 따라 스테나인(9등급제) 방식으로 등급을 분류합니다. 상위 4% 이내는 1등급, 4~11%는 2등급, 11~23%는 3등급 등으로 정해진 비율에 따라 등급을 매기죠.
그렇다면 조선 시대의 ‘1등급’ 커트라인은 어땠을까요. 과거 시험의 경우, 따로 분류 등급은 없었습니다. 최종 시험인 대과 전시까지 올라가 합격, 임용되는 인원을 1등급이라고 생각해봅시다. 18세기 정조 시기 과거 시험 응시자가 보통 15만 명 정도였음을 감안했을 때, 당시 1등급은 전국 33등까지입니다. 0.022%에 불과한 비율이죠. 이 때문에 과거 시험 합격은 가문의 영광과 사회적인 인정, 명예까지를 얻을 수 있는 ‘입신양명 코스’였습니다.
심한 경쟁은 부정행위라는 부작용을 불렀습니다. 남의 글을 베끼거나 돈을 주고 대리 시험을 의뢰하고, ‘커닝페이퍼’를 몰래 지니고 과장에 들어가는 수법이 동원됐습니다. ‘지봉유설’에 따르면 생원·진사 응시자들이 작은 글씨로 종이에 자료를 적어 넣은 후, 이 종이를 콧구멍에 숨겨 과장에 들어간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커닝페이퍼를 숨긴 콧구멍을 ‘의영고’라 불렀다고 합니다. 의영고는 궁중에서 필요한 기름·꿀·과일 등의 물품을 관장하는 관청을 말하는데, 답안 작성에 필요한 각종 자료가 콧구멍에 있다는 풍자입니다. 높은 경쟁률과 낮아진 합격률 속에서 부정행위가 증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조선 말기로 갈수록 부정행위가 만연해지면서 과거 제도의 공정성이 훼손됐고, 제23대 임금 순조 즉위 후 세도 정치가 시행되면서 뇌물로 합격을 따내는 일도 자주 벌어졌습니다. 결국 1894년 갑오개혁을 거치면서 과거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오늘날 수능에서는 엄격한 규정으로 부정행위를 차단합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에서 208건의 부정행위가 발생했는데, 대부분이 수험생 부주의에 따른 것이었죠. 따라서 시험장에 입장하기 전 유의 사항을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종이 울릴 때마다 감독관 지시에 따라 행동하기 △휴대 가능 및 불가능 물품, 반입금지 물품 확인하기 △응시 방법 숙지하기 △마스크 착용 필수 등을 숙지하고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극도의 긴장감이 찾아올 것으로도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수면시간 조절 △오답 노트 정리 △시간·멘탈 관리 등을 조언했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본인이 수능 전까지 세워둔 마무리 계획이 가장 최선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완벽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능 날까지 자신감을 갖고 본인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